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국 고검장들과 비공식 회동을 가지려 했다가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취소된 것으로 해석되지만,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사건 등 민감한 시기인 만큼 만남을 신중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저녁 전국 고검장들을 불러 식사 겸 회동을 비공식적으로 갖기로 했다가 잠정 연기시켰다. 전국 고검장들과 윤 총장이 만나기로 일정을 잡은 것은 지난 7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국면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총장은 고검장 및 지역 검사장들을 불러 대응 방침 등을 회의했다. 다만 이때도 윤 총장은 회의를 열었을 뿐 고검장들과 직접 대화를 하진 않았다. 검언유착 사건, 검찰 인사 등으로 연이어 법무부와 갈등을 빚어온 후 이번 저녁 회동은 사실상 처음인 셈이었다.
대검은 코로나 19 확산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취소됐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 포함 10명 정도 규모의 모임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서울·부산·대구·수원·광주·대전고검장 및 법무연수원장, 대검찰청 차장, 법무부 차관까지 합치면 9명의 고검장이 있다. 다만 애초 저녁 일정에 윤 총장보다는 추 장관 측 인사로 분류되는 대검 차장 및 법무부 차관도 참석이 예정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외에도 추 장관 아들 사건 등으로 검찰 안팎이 또 다시 어수선해진 만큼 만남을 우선 연기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동부지검의 부실수사 의혹 등으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전국 고검장들을 불러 회의를 했다고 하면 뒷말이 무성할 것”이라며 “윤 총장이 다시 한 번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임은정 부장검사가 전날 대검 감찰정책관으로 부임한 것으로 윤 총장과 검찰 고위 간부들은 당혹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총장은 법무부가 임 부장검사의 인사 발령을 발표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해 추 장관이 또 다시 윤 총장을 ‘패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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