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희숙 의원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 가능성에 대해 “기회를 잘 포착하면 성공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4차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과 ‘자영업자 최대 200만원 지원’ 등을 문제 삼으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수정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14일 국회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와 관련해 “윤 의원이 지난 7월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진가를 나타냈다”며 이같이 답했다.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차기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 이처럼 특정인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초선의원인 윤 의원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밝힌 정치력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력은 특별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 상원의원 경력은 2년밖에 안 됐다”고 언급했다. 내년 재보궐선거 전망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이긴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추경안에 포함된 ‘전 국민 통신비 지원금’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에 대해 특히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지원해야 하는데 전 국민을 상대로 통신비를 지원하자는 게 얼마나 유치한 발상이냐”며 “자영업자 지원금도 무엇을 기준으로 150만원·200만원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대안으로는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과 ‘국세청 업체별 매출 세무자료를 기반으로 한 지원금 지급’을 제시했다. 당정이 목표로 하는 오는 18일 추경안 처리에 대해서는 “힘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176석 기반으로 노동개혁 나서야…주택정책은 그만”
김종인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추경 편성을 비롯한 예산 정책 수립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었다고 지적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상당시간을 할애해 정부 여당이 마련한 추경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를 향해서는 “주택정책을 그만두라”는 일침을 가했고 민주당에는 “176석의 의석수를 기반으로 ‘노동개혁’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정부가 4·15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한 것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했다. 그는 “원래 소득 하위 70% 국민에 지원한다고 했다가 선거 전날 갑작스럽게 100% 국민에게 지급한다고 발표한 것 아니냐”며 “공무원, 교원, 대기업 종사자 등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 증빙 자료는 국세청에 다 있다.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들지 않은 사람에게 지원금을 도대체 왜 지급했냐”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4차 추경안 중 특히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 ‘자영업자 최대 200만원 지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부 여당이 지난번 추경 편성 때 한 실정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자꾸 전 국민, 전 국민 하다 보니 통신비 지원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자는 유치한 발상을 하는 것”이라며 “국세청 세무자료만 봐도 대략 자영업자 월매출 얼마, 연매출 얼마 등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200만원을 주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노동개혁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나라에서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본다”며 “4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차기 집권을 생각하지 않고 ‘어젠다 2010’이라는 노동개혁을 해서 독일은 지난 10년간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좋은 결과를 냈다”며 “176석의 여당이 국가 장래를 위해 노동개혁을 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런 역량을 보일 수 있겠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 정부는 노동조합의 힘에 얹혀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타협 방식의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유연성 강화와 비정규직과 정규직 근로자의 차별 해소를 이뤄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노동개혁=쉬운 해고’ 프레임의 잘못을 지적한 뒤 “노동개혁을 하면 ‘쉬운 해고’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일반 국민도 아닌 노조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평등 해소를 외치면서 자기 내부의 불평등도 해소 못하는 게 지금 노조의 문제”라면서 “정규직 노조가 사측과 협상해 이익을 많이 가져가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에 돌아가는 이익은 적어진다. 과거 스웨덴에서 했던 것처럼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물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감독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경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환경을 감안해서 대책을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은 정책은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후분양제를 전격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시중에 자금이 넘쳐 건설업자가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짓고 난 다음 필요한 사람이 구매하도록 하면 투기 심리가 어느 정도 사라질 수 있다”며 “이제 정부가 주택정책을 스스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인 의미를 재차 묻자 “과거 정부는 건설을 확대하기 위해 주택정책을 폈는데 지금은 주택 공급이 늘어 정부가 안 해도 민간업자가 주택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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