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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우버’ 성공의 정신은 어쩌다 최악의 위기를 불러왔나

[책꽂이]슈퍼펌프드

마이크 아이작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무슨짓 해서라도 이긴다’ 창업자 캘러닉 정신

‘슈퍼 펌프드’ 회사 인재상·기업 문화로 발전

저돌성·열정으로 비약적인 성장 이끌었지만

성과 중심·윤리 실종·공감 결핍으로 변질돼

“창업자 성공 숭배 대상화 실리콘밸리 현실,

우버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지적

공유경제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세계 운송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던 우버/사진=연합뉴스




저돌적인 추진력과 열정은 사업을 끌어가는 핵심 원동력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에겐 특히 없어서는 안 될 덕목이다.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이자 세계 운송산업의 판도를 바꾼 ‘우버(uber)’ 역시 이 기질을 자양분 삼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8년 창업해 70개국에서 1억 명의 고객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성장 신화의 주인공, 기업가치 130조원의 세계 2위 스타트업으로 추앙받은 우버. 이들이 강조하는 인재상도 ‘초인적인 열정’을 뜻하는 ‘슈퍼 펌프드(super pumped)’였다. 우버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캘러닉를 상징하는 수식어로 여겨졌던 ‘슈퍼 펌프드’는 우버의 조직원들에게 마치 숭배 모델처럼 체화됐고, 이 기질이 우버를 생동하는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시켰다. 위대한 기회를 안겨준 강력한 성공 무기는 그러나 10여 년 후 날카로운 칼이 되어 회사를 위협한다. 이 열정 넘치는 조직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간 ‘슈퍼 펌프드’는 우버 창업부터 회사의 성장, 각종 추문과 스캔들, 그리고 2017년 6월 캘러닉의 불명예 퇴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생생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뉴욕타임스 IT 전문기자인 저자는 캘러닉의 퇴출 소식을 최초 보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입수한 각종 비공개 문서와 전현직 임직원 200여 명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우버의 성쇠(盛衰)를 재구성했다.

책은 대학을 중퇴한 캘러닉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버를 창업하게 되었는지를 다룬 전반부와 이렇게 세운 우버 왕국에 왜 금이 가고 붕괴 위기에 처하는지를 다룬 후반부로 나뉜다. 본론이라 할 수 있는 후반부는 캘러닉이 각종 악재 속에 결국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2017년을 전후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담았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 그는 우버가 사내 성추문과 불법 프로그램 운영, 지적 재산권 소송 피소 등 연이은 악재에 노출된 지난 2017년 주주들의 압박 속에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사진=연합뉴스




2017년은 우버에게 그야말로 ‘최악의 해’였다. 그릇된 조직문화가 만들어낸 부작용과 캘러닉의 헛발질이 통제 불가능의 악재를 초래했다. 우버에 근무하던 수전 파울러가 직장 상사의 성희롱과 우버의 성차별적 기업문화를 폭로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구글 무인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우버의 엔지니어 앤서니 레반도브스키가 지적재산권 소송에 휘말렸다.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불법 프로그램 ‘그레이볼’의 존재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캘러닉이 한국에서 여성 접대부가 있는 유흥주점을 방문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초 그의 경제 자문을 맡는다는 CEO의 발표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회사에서조차 재고를 요청했지만, 캘러닉은 ‘직원들이 느끼는 혼란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이라는 안일함으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이민 행정 명령에 반대하는 우버의 주 고객층(젊은 세대)과 유색 인종 운전기사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에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우버를 삭제하라(deleteUber)’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이 쏟아지는 위기의 홍수 속에서 우버의 최대 미덕이던 슈퍼 펌프드는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당시 우버 관리자들은 20대 MBA 출신의 남성 엘리트들로 구성돼 있었다. 슈퍼 펌프드 정신으로 연대한 이들은 실적주의와 능력주의 속에서 자율권과 높은 보상을 보장받으며 회사 성장을 견인했으나, 2017년 쏟아져 나온 문제들을 ‘성공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적당한 봉합’으로 일관했다. 저자는 “창업자에 대한 숭배가 하나의 전통이 된 실리콘밸리에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싸워 이겨야 한다’는 캘러닉의 개성이 우버의 기업 문화로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이 맹목적인 신화는 결국 공감 결핍과 기업 윤리의 실종, 성과 중심의 왜곡된 문화로 이어졌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버가 오만한 ‘테크브로(Techbro)’의 전형,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낙인찍히며 언론의 집중포화에 휩싸이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책은 우버와 캘러닉의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에게 기업이 갖춰야 할 균형과 견제, 시대적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특별서문에서 “(기대와 달리) 창업자들의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우버는 물론 그에 앞선 다른 기업의 경영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창업자들 역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구축하기 위해 원칙을 외면하고 지름길을 택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고 한탄한다.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에 국한되지 않은 조직관리, 리더십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2만 2,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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