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독일 수도 베를린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베를린 당국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7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타게스차이퉁(taz)은 주독 일본대사관이 최근 베를린주(州) 상원에 소녀상과 관련해 이러한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베를린 주정부의 멜라니 라인슈 대변인은 taz에 “주정부는 해당 사실이 알려진 후 일본대사관, 미테구(區)와 대화를 나눴고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라인슈 대변인은 주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베를린은 일본 도쿄와 자매결연 도시 협정을 맺고 있는 도시다.
일본 정부의 반발을 부른 이번 ‘평화의 소녀상’은 베를린 미테의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설치돼있다. 독일에서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공공장소에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특히 소녀상이 위치한 지역은 지하철역 인근 음식점과 카페가 많은 곳이라 지역 시민의 접근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유로 일본 정부는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소녀상 설치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모테기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본 건에 관해서 대화가 있었다”며 요청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미테 구청은 소녀상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언급할 상황이 아니라고 taz에 전했다. 다만 taz는 모테기 외무상의 철거 요청에 대해 “독일 외무부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베를린의 소녀상 설치는 베를린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의 주도로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가 추진했다.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 대표는 통화에서 “독일 당국 측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 소란스럽지 않게 대응하려고 한다”면서 “현지 시민단체 및 지역주민들과 연대해 소녀상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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