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4년 차 안나린(24·문영그룹)이 막판 3개의 버디를 집중하며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안나린은 11일 세종시 세종필드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그는 무섭게 추격한 유해란(19·SK네트웍스·12언더파)을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17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안나린이 93번째 출전 만에 일궈낸 ‘92전93기’ 우승이다. 승부 근성과 안정된 경기력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상금 랭킹 30~40위권에 자리했던 그는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7년과 2018년 한 번씩의 준우승을 기록했고, 올해는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지난해 그린 적중률 81위(66.8%)에 그쳤던 아이언 샷 교정에 매달려 올 시즌 이 부문 41위로 향상을 이룬 그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랭킹은 20위에서 7위(2억7,095만원)로 상승했다.
이날 최종라운드 관심사는 ‘누가’가 아니라 ‘어떻게’ 우승하느냐였다. 안나린이 전날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며 7타를 줄여 무려 10타 차 선두로 독주했기 때문이다. 이미 KLPGA 투어 최종라운드 최다 타수 차 선두 기록(종전 8타·임희정)을 갈아치운 안나린은 최다 타수 차 우승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2017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이승현(29)이 작성한 9타 차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안나린은 첫 승에 대한 긴장감 때문인 듯 전날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13번홀까지 버디 없이 보기만 3개로 3타를 잃으면서 유해란의 맹추격을 받았다. 안나린에 13타나 뒤진 5위로 출발한 유해란은 16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몰아쳤다. 유해란이 16번홀(파4)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았을 때는 2타 차까지 쫓겨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14번홀(파5)에서 첫 버디로 한숨을 돌린 안나린은 17번홀(파3) 1.5m 버디로 결정타를 날린 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챔피언 퍼트를 버디로 장식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신인상 포인트 1위를 달리는 유해란은 시즌 두 번째 우승은 무산됐지만 준우승 상금 8,800만원을 받아 상금 3위(4억3,269만원)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다. 샷 점검을 위해 2개월 만에 실전에 나선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1타를 줄여 공동 3위(7언더파)로 마감했다. 상금 2위 임희정(20)도 공동 3위에 올라 공동 6위(5언더파)로 마친 상금 1위 박현경(20)과의 차이를 2,500여만원으로 좁혔다.
안나린은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 돌아본 뒤 “14번홀 버디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웨지 샷에 자신이 있어서 세 번째 샷에 승부를 걸기로 한 전략이 적중했다”며 기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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