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파트 현관 앞에서 대기 중인 기자의 모습을 찍어 SNS에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번에는 자신을 비판한 언론의 사설에 대해 노골적인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추 장관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사건건 감정적 대응, 추미애 장관 계속할 수 있나 ?’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사설을 언급한 뒤 “제하에 문제 삼은 내용들은 왜곡되거나 근거 없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들”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이렇게 돌려드린다”며 “‘사사건건 감정적 기사, 중앙일보 언론으로 계속 남을 수 있나?’”라고 적었다.
해당 사설은 추 장관이 기자나 야당 의원 등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로, 사설은 최근의 기자 사진 공개 사건이나 ‘소설 쓰시네’ 사건 등을 언급하며 “하는 말, 벌이는 일마다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엄중한 상황에 기자가 찾아오는 것이 기분 나쁘다며 출근하지 않겠다는 추 장관을 지켜보는 국민은 피곤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추 장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진 기자 사진을 2장 올리면서 구체적 언론사 명을 언급한 뒤 “오늘 아침 아파트 현관 앞에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며 “이미 한 달 전 쯤 법무부 대변인은 아파트 앞은 사생활 영역이니 촬영제한을 협조 바란다는 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다. 그런데 기자는 그런 것은 모른다고 계속 뻗치기를 하겠다고 한다”고 적었다.
첨부된 사진 속 기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전체 얼굴이 찍히지는 않았으나, 언론사명과 일부 얼굴, 옷차림이 드러난 탓에 신원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후 추 장관은 기자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했으나, 이미 온라인상에는 모자이크가 없는 버전의 사진이 퍼진 뒤였다.
이에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추 장관을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하면서 “한 국가의 법무부장관이 출근길을 취재하던 기자의 신상을 SNS에 올려 끔찍한 린치를 가하고, 기자가 출근길을 방해한다며 출근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국무위원이자 고위공직자이므로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공적 업무가 시작된 것이고, 기자가 입주민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왕래하는 아파트 입구에서 장관의 출근길을 취재하려 대기한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한 것”이라며 “하지만 추 장관이 이러한 정상적인 취재행위를 사생활침해라 단정하며 페이스북에 기자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을 올려 모욕적 표현으로 기자를 비난한 것은 국가폭력과 다를 바 없는 대단히 반민주적인 폭거”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가 심각한 점은, 추 장관이 자행한 기자에 대한 인격살인과 언론탄압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취재활동은 대단히 위축될 수밖에 없고 언론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받을 뿐만 아니라 언론의 권력 감시견제 기능이 약화됨으로써 집권세력이 권력을 오남용할 수 있고, 권력의 오남용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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