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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야동'도 보는 민주평통, 도대체 어떤 직장이길래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국감장에 'X줌 급한 여자' '자X방 애인' 야동 목록

"XX 밖에 보이지 않아" 성희롱으로 위원들 해촉도

사무처장 "송구"... 野, 옵티머스 관련 의혹도 제기

전두환 때부터 헌법기관 존속...의장은 文대통령

정세현 수석부의장 北유화 발언 때마다 '갑론을박'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연합뉴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국회 국정감사 음란물 제출 사고로 본의 아니게 국민들에게 재조명되고 있다. 민주적 평화통일 달성과 관련한 모든 정책에 대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자문하는 핵심 기구임에도 성(性) 관련 각종 문제가 제기되며 이미지에 충격적인 먹칠을 했다는 평가다. 더욱이 민주평통은 정권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그저 그런 자문기구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헌법에 명시된’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는다. 가뜩이나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자문기구의 조직 기강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음란물 자료 전송 내역을 바라보는 이승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연합뉴스


‘X줌 급한 여자’ ‘자X방 애인’... 국회서 돌연 ‘야동’ 논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평통 사무처 국감에서는 예상치 못한 논란이 불쑥 불거졌다. 국감장 화면을 음란물 파일 목록이 가득 채운 것이다.

공세에 나선 사람은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민주평통에서 저희 의원실로 제출한 국감자료 파일 중에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파일이 무더기로 전송됐다”며 “거르지도 않고 업무용 USB(이동식 저장정치)로 전송한 자료가 2만 건이나 되는데 음원, 영화, 게임, 취미 등 업무와 무관한 파일들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목을 말하기도 어려운 몰카, 쉽게 말해 불법음란물인데 ‘n번방’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던 올 1월부터 13건이 발견됐다”며 “소지만 해도 처벌받는데 공무원이 근무지에서 음란물을 보고 전송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입장이 상통하는 외통위에서 여당 의원이 정부 부처를 공격하는 장면 자체가 극히 보기 드문 일이었다. 민주평통의 음란물 소지·제출 사고가 여당 의원조차 참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방증이었다.

김 의원이 국감장 화면에 띄운 파일 목록에는 ‘X줌 급한 여자’ ‘자X방 애인’ 등 한 눈에도 민망한 문구가 즐비했다. 김 의원은 “공공기관은 인터넷망과 업무망이 분리돼 있는데 인터넷망에서 다운로드를 하고 업무망에 옮겨놓은 것”이라며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을 만들고 전송한 직원을 법에 따라 징계하라”고 주문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망 인증을 받은 PC라서 국가의 자산인데 이를 통해 그런 자료를 유통했다”며 방송통신위원장까지 질타했다.

이승환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앞으로 철저하게 보안 조치를 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기본소득당은 지난 14일 민주평통 소속 공무원 A씨를 성폭행특별법 불법촬영물 소지·반포, 형법 직무유기, 국가공무원법 성실 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업무를 보고하는 이승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연합뉴스


“XX 밖에 보이지 않아” 성희롱에 해촉된 자문위원도

국감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평통의 황당한 행적은 이뿐이 아니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이 민주평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문위원 사직·퇴직·해촉 현황’에 따르면 해외동포 자문위원 중 한 명은 다른 여성 위원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가 올 2월 해촉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평통에서 북유럽협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B씨는 임기 중 한 협의회 행사에서 여성 위원에게 “화장 한번 벗겨보고 싶다” “XX밖에 보이지 않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는 등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또 강원 고성군협의회장으로 활동한 C씨는 협의회 행사에서 여성 위원을 성추행해 지난해 8월 검찰 기소됐고 그해 9월 자문위원에서 해촉됐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은 국내외 각 지역에서 민족의 통일 의지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한 기수 당 1만9,000명가량이 선출된다. 자문위원은 △시·도·군 등 지방의원 △재외동포 대표 △주요 사회단체 및 직능단체 대표급 인사 △정당 추천 인사 등으로 구성된다. 현 정부 이래 출범한 18기(2017년9월~2019년8월)와 19기(2019년 9월~2021년8월) 자문위원 3만8,710명 중 1,077명이 직무불성실로, 3명이 품위 손상으로 각각 해촉됐다.

이태규 의원은 “자문위원이 직무불성실이나 품위손상으로 물러난다면 헌법기관의 권위와 신뢰도 그만큼 추락하는 것”이라며 “자문위원 위촉과정에서 신중을 기하고 위촉 후에도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금융위원회 상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 민주평통 간 관련성을 의심하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도 있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혁진(옵티머스 전 대표)씨 부인이 민주평통의 한인회에서 샌프란시스코 청년분과위원장으로 임명됐는데,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가 있던 이모 변호사의 업무 분야가 민주평통 관련”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전두환 때부터 헌법기관... 의장은 文대통령

사실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 통일자문기구라는 역할과 위상, 역사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조직은 아니다. 정권의 대북관과 북한의 태도, 미국 등 외부변수에 따라 그 역할이 크게 늘기도, 줄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국가 공무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중앙정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민주평통 사무처는 ‘숨겨진 좋은 직장’이란 인식이 꽤 퍼져 있다”고 귀띔했다.



인지도는 높지 않아도 민주평통은 ‘무려’ 헌법에 명시된 헌법기관이다. 헌법 제92조는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고 정한다. 헌법에 근거를 두는 자문기구는 국가원로자문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 과학기술자문회의 등 극소수뿐이다. 그나마도 국가원로자문회의 등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민주평통은 1980년 5공화국 헌법 제68조를 근거로 1981년 출범한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가 그 전신이다. 전두환 정권은 박정희 유신 정권의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폐지하는 대신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해당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목상 의장은 대통령이지만 실질적인 수장은 수석부의장이다. 사무처장은 차관급 정무직공무원이다. 현 수석부의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내리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수석부의장, 사무처장은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지낸 이승환 사무처장이 각각 맡고 있다.

의장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30일 청와대에서 민주평통 제19기 자문위원 출범식을 직접 주재하며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국제경제특구를 건설하겠다는 ‘평화경제’ 구상을 역설하기도 했다.

정세현(오른쪽)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연합뉴스


정세현 수석부의장 한 마디 땐 늘 ‘갑론을박’

국감 외에 민주평통이 가장 주목받는 순간은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대북 정책을 조언할 때이다. 정 수석부의장이 입을 뗄 때마다 그 철학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 예외 없이 갑론을박이 벌어지곤 한다.

정 수석부의장은 지난 4월20일 열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전문가 특별대담에서 “의회를 장악했을수록 통일부 장관이 (국민들에게) 성실히 설명해야지 대북정책을 갈등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겠다는 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6월18일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민주평통 공동 주최로 열린 ‘2020년 한반도 신경제포럼’에서 “긴밀한 한미 간 협력이라는 명분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를 상대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 요즘 북한이 쏟아내는 불평”이라며 “미국 대선이 끝난 뒤 북미 관계 전망이 어느 정도 밝게 나온다면 북한도 우리의 여러 대북제의에 호응할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민주당 초청으로 이뤄진 강연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선 한미 간 워킹그룹 틀 밖에서 족쇄를 풀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는 전제 아래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사랑하는 남녘동포’는 내년 남북관계 복선”

정 수석부의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건 그의 대북 기조가 누구보다 북한에 유화적인 편이란 점 때문이다. 통일 분야의 대표적 원로이기도 한 정 수석부의장은 최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각종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다수 내놓았다.

9월17일에는 전·현직 통일부 장관이 모인 자리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대북 지원 규모를 거론하며 “두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어 북쪽에서는 적게 주면 안 받는다고 할 것”이라며 “처음부터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식량 40만~50만톤 지원 얘기를 꺼낼 수는 없겠지만 여론 눈치만 보지 말고 남북 간 화해·협력 단계로 다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대담에서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김정은의 사과 소식을 두고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와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김정일·김일성 시대와는 좀 다른 통 큰 측면(의 행태)”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12일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가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내년 이후 남북 관계를 고려한 일종의 복선이 있다”고 해석했다. 북미 관계가 좋아질 때까지 남북 관계라도 한발 앞서 나가는 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김정은의 의도가 깔린 발언이라는 분석이었다.

다만 이날 정 수석부의장은 음란물 논란에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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