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중국 주재 한국대사는 21일 자신의 대학 법인카드 부정 사용 논란에 대해 “송구하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또 중국내 방탄소년단(BTS) 굿즈 배송 중단에 대해서는 중국 고위급에 문제를 제기했고 또 “유언비어”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이날 중국 베이징과 서울 간에 화상 형식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진(국민의힘) 의원의 고려대 교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 질문에 “부설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직원들과 음식점에서 회식할 때 식사와 와인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장 대사는 당시 6차례 총 279만원을 썼다면서 “여러 명이 식사와 안주를 시키면서 40여만원이 더 나와 연구소 운영 카드와 연구비 지원 카드로 나눠 결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려대 감사 기간에 이런 결제가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에 전액 환급했다”면서 “연구소장 당시 일이지만 적절하지 못하게 쓴 데 대해 고려대 구성원들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조태용(국민의힘) 의원이 “사과가 유흥주점 논란에 대해서냐”는 질문에는 “(당시에 카드를 썼던 곳이) 유흥주점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청와대 정책실장 인사검증에서 허위 진술했다는 질문에 대해서 “거짓 진술은 아니었다. 당시 갔던 음식점에서 안주 와인을 마셨고 개방된 홀에서 마셨다. 별도의 방이 있고 거기에 노래방 시설이 있다고 했는데 저는 거기를 이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법인카드를 나눠 결제한 것도 그간 학교 감사의 지적을 받은 적은 없는데 그것이 규정 위반이라는 사실을 교육부 감사 중에 학교로부터 통보를 받아서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내다 정년 퇴임했다. 2017∼2018년에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교육부의 고려대 종합감사에 따르면 장하성 대사 등 고려대 교수 13명은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양식당으로 위장한 서울 강남 소재 유흥업소에서 1인당 1∼86차례에 걸쳐 법인카드 총 6,693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장 대사는 고려대 감사 시기에는 교수직에서 퇴직한 상태여서 고려대 징계는 받지 않았다.
중국내 BTS 굿즈 배송 중단 논란에 대해서 장 대사는 정진석(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대응이 수동적이라고 지적한데 대해서 “관련 상황이 처음 보도된 후 다음 날 중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와 직접 소통했다”면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윈다라는 택배업체가 공지를 올린 이후 두 업체가 중단했다는 보도가 있어 확인했는데 일단 중단 조치는 없었다”면서 “하지만 분명 배달 중지 문제 발생했기 때문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국감이 끝나면 다시 중국 고위층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답했다.
장 대사는 BTS 굿즈 배송 중단 업체가 확대되고 있다는 국내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처음에는 윈다라는 한 업체였는데 중퉁 등 다른 업체가 추가됐다는 보도가 나와서 업체들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워낙 민감하고 양국의 국민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엄중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 대사는 이어 “오늘 아침에도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 측과 통화를 했는데 ‘BTS 금지는 유언비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 대사는 중국이 최근 이른바 ‘항미원조 전쟁 70주년’을 기념하며 중국군의 한국전쟁 참전은 “정의와 평화의 상징”이라고 반복해서 언급한다는 조태용(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가 과거보다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한중 우호 관계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식 언급이 있었다. 그래서 저희도 더 적극적으로 당국과 소통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10월 말에 기념대회 같은 것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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