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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비행기 터빈엔진 형상화...항공史 100년 '창공의 꿈' 담다

■ 올해 문 연 국립항공박물관

- 96개 입면모듈로 둘러싸인 외관

2차원 유닛이 모여 3차원 입체로

비상할것 같은 독창적 경관 완성

분절된 천창으로 자연채광 극대화

- 에어쇼 관통하는 '공중부양' 동선

뻥뚫린 '아트리움' 관람 동선 구심점

초승달 형태 공간서 '에어쇼' 연출

비행기 사이 누비며 하늘속 산책도

제트엔진의 날개를 형상화한 96개의 입면모듈이 원형의 전시공간을 감싸며 비행기의 터빈 형태를 완성했다. /사진제공=이남선 사진작가




남부순환로가 시작되는 김포공항 입구에 다다르면 왼편에 즐비한 가로수들 사이로 특이한 건물이 얼핏 보인다. 넓은 평지에 우뚝 선 이 건물은 비행기 터빈(turbine)을 닮은 외관으로 시선을 빼앗는다. 금방이라도 굉음을 내며 강력한 상승기류를 일으킬 것 같은 이 건물을 바라보다 보면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여행의 설렘이 마음속에 은근하게 피어오르기도 한다.

김포공항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이 거대한 건물은 바로 올해 문을 연 ‘국립항공박물관’이다. 국내에 항공박물관은 이미 여러 곳 있지만 ‘국립’박물관이 건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물관이 주목받는 이유는 터빈을 형상화한 외관부터 비행기 전시에 최적화된 내부까지, 박물관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오직 ‘비행기’를 돋보이기 위한 장치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항공 역사 100년에 대한 ‘헌정관’과 다름없다.

폭 20m, 넓이 20m에 달하는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공간 ‘항공갤러리’의 모습. /사진제공=이남선 사진작가


국립항공박물관의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주관람동선 ‘에어워크’. /사진제공=이남선 사진작가


<제트엔진 날개 닮은 96개의 입면모듈로 둘러싸인 외관>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항공 독립운동가를 육성하기 위해 비행학교를 설립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독립운동’이라는 뿌리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항공 역사는 그간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했고 결국 세계를 선도하는 항공 강국의 자양분이 됐다.

이 같은 100년 항공사의 역동성을 담아내기에 비행기의 동력장치인 ‘터빈’은 더할 나위 없는 그릇이었다. 설계를 담당한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의 윤세한 대표는 “비행동력장치를 모티브로 외관을 설계했다”며 “기계미학과 과학기술이 집약된 터빈 형태와 기능을 재해석해 항공 산업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건물은 어떤 모습일까. 제트엔진의 날개를 형상화한 96개의 입면모듈은 건물의 둥근 외관을 비스듬히 둘러싸며 터빈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마치 하늘로 비상할 것 같은 독창적인 경관을 완성한다. 건물을 감싼 입면모듈은 사선으로 설치돼 운동감을 더할 뿐 아니라 일사량을 조절하는 루버(louver·폭이 좁은 널빤지 형태의 차광판) 역할도 한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채광과 내부에 전시된 비행기가 어우러지며 마치 비행기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입면모듈의 직선과 곡선의 조화도 아름답다. 전체적으로 둥근 ‘곡선’으로 이뤄진 건물 외관을 ‘직선’ 입면모듈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윤 대표는 “공사비와 시공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현상설계 단계부터 적정한 크기의 삼각형 세그먼트로 이뤄진 입면모듈을 계획했다”며 “2차원의 단위 유닛이 모여 3차원의 입체적 형태를 완성하는 디테일을 적용했고 결과적으로 직선과 곡선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터빈을 형상화한 원형의 전시동 옆에는 직육면체 형태의 관리동이 붙어 있다. 서로 대비되는 기하학적 형태의 정교한 배치 또한 효과적인 비행기 전시를 위한 구성이다. 4층 높이의 전시동은 비행기 전시에 어울리는 원형으로 설계됐고 수장고와 업무공간이 위치한 2층짜리 관리동은 가변성과 확장성이 요구되는 공간인 만큼 사각형의 매스로 계획됐다.



원형과 직육면체의 결합은 ‘공항 옆’이라는 입지적 특성의 영향이기도 하다. 국립항공박물관은 김포공항 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건축물에 대한 높이 규정이 있을 뿐 아니라 건축주인 국토교통부에서 확보한 계획 부지 면적도 1만5,000㎡로 일반적인 박물관 대지 규모에 비해 협소했다. 제한된 높이·넓이 조건 내에 전시동과 관리동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 지금의 형태다.

원형의 전시동 가운데에 위치한 아트리움./사진제공=이남선 사진작가


<에어쇼 관통하는 ‘공중부양’ 동선>

건물 전면부를 통해 국립항공박물관에 들어서면 천장까지 뻥 뚫린 넓은 공간의 ‘아트리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네 개 층을 관통하는 아트리움에 서 있으면 터빈의 심장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마치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고 다시 심장으로 되돌아오듯, 전시실과 전시실을 잇는 연결공간인 아트리움도 박물관 순환 동선의 중심에 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에스컬레이터 등 다양한 동선이 모여 있는 만큼 아트리움은 관람객 동선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아트리움 설계에도 이 같은 역동성이 녹아 있다. 아트리움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중앙의 원형 천장을 중심으로 균일하게 분절된 천창을 통해 자연채광을 느낄 수 있다.

아트리움을 빠져나오면 국립항공박물관 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공간인 ‘항공갤러리’가 나온다. 폭 20m, 높이 20m의 엄청난 공간감을 자랑하는 이 초승달 형태의 공간에는 대한민국 항공사를 수놓은 비행기들이 매달려 전시됐다. 윤 대표는 “대한민국 항공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에어쇼’를 연출해 기존의 항공전시와 차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간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이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설계는 항공갤러리에 전시된 비행기들 사이를 누빌 수 있는 ‘에어워크’다. 비행기를 직접 타지 않아도 관람객이 마치 하늘 속을 산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관람 동선이다. 터빈의 외피와 항공갤러리 사이를 곡선 형태로 관통하는 폭 1.8m, 길이 100m의 완만한 경사로는 항공갤러리 가장자리를 따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1층과 2층을 연결한다.

윤 대표는 “최대한 부유(浮遊)하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수직기둥 대신 경량의 철골구조와 캔틸레버(cantilever·한쪽 끝만 고정하고 다른 쪽 끝은 받쳐지지 않는 형태의 들보) 형태의 디테일을 적용했다”며 “알루미늄 패널과 유리 난간의 정교한 디테일을 통해 100m 길이의 에어워크가 한 획의 조형으로 완성돼 역동적인 공간감을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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