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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테스형 집값이 왜 이래

성행경 사회부 차장





국정감사장에서 가수 나훈아의 인기 신곡인 ‘테스형’이 흘러나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야당 의원은 “정부는 국민이 어려울 때 위로하고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게 역할 아니냐”며 “정부가 20번 넘게 (부동산) 대책을 냈지만 국민은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 부동산 주무부처 장관을 몰아세웠다. 노래를 듣고 ‘풉’하고 웃었던 장관은 이내 정색하고 “국민께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때문에 여기저기서 난리다. 청약통장으로 아파트를 분양받기 힘든 30대들은 ‘하우스 푸어’가 될 것을 각오하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장만에 나섰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월세값도 올라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아파트 복도에 줄을 서고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정하는 일도 벌어진다. 웃픈 현실이다.

시민단체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집값과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통계를 내놓고 무능한 장관을 교체하라고 압박한다. 진보 정권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은 특별히 무능해서는 아닐 것이다. 경기 상황과 유동성 문제 등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그렇다고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죄악시하거나 세금과 대출 규제로 옥죈다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상황 탓을 하며 땜질식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창의적이고 담대한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큰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면 된다. 서울 외곽에 짓는 3기 신도시는 물론 도심 내에도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태릉골프장과 용산 캠프킴, 상암DMC만으로는 부족하다. 강남과 한강변 노후 아파트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고밀도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오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시 전체 가구의 10%에 해당하는 40만가구까지 늘릴 계획이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주거복지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저소득 계층에 주거비용을 보조하는 주택바우처 제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부동산 정책 당국자들이 몰라서 추진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긴 안목과 함께 국민을 설득할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국민들이 전염병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집값 문제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속상한 무주택자들은 테스형에게 하소연하고 싶다. “아! 테스형 집값이 왜 이래 왜 이렇게 집 한 채 장만하기 힘들어”라고. “올라가면 힘듭니다. 내려가면 더 힘든 인생입니다. 힘내세요.” 지난주 말 관악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이동통신사 중계기에서 발견한 글귀다. 너 자신을 알라던 테스형 대신 이 글을 옮겨 적는다.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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