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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헌' 바꿔 시장 내는 민주당,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수정한 당헌

부정부패에 '중대 잘못'도 무공천 사유로

2017년 정당발전위원회 때는 법제화 나서

“선거 경비 부담 국민에 돌아간다"는 이유

이낙연 “공천해 심판 받는 게 도리” 주장

성일종 “페미니즘 정당이 공천한다니..”

위성정당 만들 때도 ‘전당원투표’로 명분

김종철 “당원에 책임 돌리는 게 합당한가”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 속에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전당원투표를 통해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여부를 묻는다고 밝히자 당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후보 공천을 통해 심판을 받는 게 책임있는 도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중대한 잘못을 저지를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뒤집으려고 하는 것이 과연 정말로 책임지는 정치냐는 질문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2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공천’ 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는 민주당이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재보궐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당원 의사를 묻기 위한 전당원투표를 실시할 것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당헌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내년 재보궐 선거에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서는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내년도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가 당헌을 바꿔야 할 정도로 중요한 지 묻는 의미가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내게 될 지에 대한 의지를 묻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지난 2015년 전북도청에서 열린 전북지역 중앙위원과 간담회에서 혁신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조항은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를 맡은 시절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지난 2015년 7월 문재인 대표 시절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는 무공천 사유를 ‘부정부패 사건’에 한정하던 것을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확대했다. 지자체장들의 부정부패 뿐만 아니라 성추행과 같은 잘못 역시 당이 책임지겠다고 밝힌 셈이다.

민주당은 2년 뒤인 2017년 정당발전위원회를 통해서도 이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원인제공 정당과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민주당 정발위가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데는 “후보자의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면 선거관리 경비 등 막대한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해당 정당과 후보자에게 각각 무공천, 선거비용 보전비용 환수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19차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이 3년 만에 “정당의 책임”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당헌을 뒤집자,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9일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는 데 대해 서울·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여성친화 정당, 페미니즘 정당을 표방하면서 자당 단체장의 성범죄로 낙마한 자리에 또 공천을 하겠다는데, 당원들에게 찬반투표 물을 것 뭐 있느냐”며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직접 서울·부산 시장 공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만들어놓고 가신 이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내년 선거에 공천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대통령께서는 이번 민주당의 방침에 동의하시는 것이냐”고 물었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 정정순 의원(윗줄 왼쪽 두번째) 등 의원들이 화상으로 의총에 참석하고있다./연합뉴스


민주당이 위기의 순간마다 ‘전당원투표’로 명분을 만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3월 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비례 위성정당’ 창당 여부를 전당원투표를 통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하고 나서자 ‘전당원투표’라는 내부 동력을 이용해 돌파에 나선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당원들에게 제안문을 보내 “소수정당 원내 진입 보장이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살리면서 미래통합당의 비례의석 독식과 원내 1당을 막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의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당원 여러분께 비례연합정당 참여여부를 여쭙고자 한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이에 당원 24만1559명이 투표에 찬성해 찬성 74.1%(17만9,096명), 반대 25.9%(6만2,463명)으로 연합정당 참여안이 가결됐다. 이를 두고 강훈식 당시 수석대변인은 “74%면 압도적인 지지로 권리당원들이 요청한 것이라고 받아들인다”고 해석했다. 이후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 총선 압승을 거뒀고, 총선 이후 합당을 위한 전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김종철 대표는 “민주당에서 이 당헌·당규를 만들었을 때는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으셨을 텐데 지도부가 문제를 책임지기보다는 당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게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고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다른 정당의 당헌당규 문제이고 당원들께서 결정하는 국면으로 들어갔기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는 민주당이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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