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축구 영웅 프란체스코 토티(41)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자가격리 중이다. 토티는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이탈리아 16강전에서 모레노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은 바로 그 선수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토티는 최근 발열 증세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인 역시 확진됐다.
토티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명문 구단 AS로마의 전설이다. AS로마에서만 25년 뛴 ‘원 클럽맨’으로 지난 2017년 은퇴했다. 세리에A 역사에 ‘한 구단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기록돼 있다.
토티는 이탈리아 국가대표로서도 세계 축구 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토티는 골잡이와 플레이메이커로 역할에 모두 능했다. 거친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 파이팅이 돋보였고 리더십도 상당해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그러나 2002년 한국전에서는 좌절을 맛봤다. 그가 당시 경기에서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하는 그 유명한 장면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축구 팬의 머리 속에 각인돼 있다.
이후 토티는 4년 뒤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2002년의 설움을 딛고 이탈리아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우승은 24년 만이었다.
토티와 코로나19의 악연은 눈물겹다. 토티는 지난달 코로나19로 아버지를 잃었다. 지난달 12일 AS로마는 홈페이지를 통해 “토티의 아버지 엔초 토티가 코로라19로 세상을 떠났다”며 “구단은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토티의 아버지는 오랜 기간 심장 질환을 앓다가 코로나19에 걸려 쓰러졌고 결국 76세에 세상을 떠났다. 토티의 아버지는 늘 아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응원한 열성 아빠였다.
토티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SNS에 글을 올려 “내 삶에서 최악의 열흘을 보냈다. 아버지는 그 기간 동안 혼자 싸웠고, 나는 보지도 듣지도 안아드리지도 못했다”고 애통해했다. “아버지에게 미안한 게 많다. 그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절절한 슬픔을 표시했다.
토티는 사업가로 변신한 상태다. 은퇴 후 AS로마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축구선수 에이전트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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