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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김경수 잃은 '친문'이 정세균을 진짜 밀어 줄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김경수 2심 실형에 이낙연·이재명 투톱체제 강화

친문 주자 실종 속 '범친문' 丁총리 연대설 '솔솔'

특보·자문위원 설치에 일각선 '사실상 대선 캠프'

秋·尹 질타, MB 비판, 檢개혁에 "포항 사위"까지

내년 초께 결심 가능성... 文대통령 의중이 중요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혐의로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른바 ‘친문(친문재인계)’ 진영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친문 적통’으로 꼽히던 김 지사까지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지면서 자타공인 친문 정치인 가운데서는 차기 대권 주자가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상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현재 친문 진영은 여권 대선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으로 분산돼 있고 그 가운데 이 대표 쪽으로 더 쏠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이 1년 반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 내 핵심 세력인 친문의 표심이 제3의 인물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그 대상으로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대권 행보에서 앞서나가는 ‘범친문’ 정세균 국무총리도 거론되고 있다. 확실한 친문 정치인이 부상하지 못할 바에 이 대표나 이 지사보다는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우호적이었던 정 총리 쪽을 미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 총리의 나이나 이미지, 출신 지역 등은 김 지사나 다른 친노·친문 유력 인사들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그가 곧바로 대체재로 떠오르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상당한 상태다.

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항소심도 징역 2년... 고개 떨군 김경수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6일 김 지사의 댓글 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선고했지만, 김 지사의 정치적 생명을 구제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김 지사는 법정 구속은 면했을 뿐,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은 사실상 상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제적공진화모임 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제품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며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피고인의 묵인 아래 그런 일(댓글 조작)이 벌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주 사회에서는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조작한 행위를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킹크랩이라는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조직적인 댓글 부대의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께부터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7년 말 김씨에게 도두형 변호사의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댓글 조작 혐의에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 혐의는 무죄로 봤다. 김 지사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李-李’ 투톱 독주 속 제3의 인물 물색론도

정치권에서는 ‘친문의 희망’이었던 김 지사가 다음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이제 거의 남지 않는 것으로 진단했다. 대법원이 판결을 완전히 무죄 취지로 뒤집을 지도 미지수일뿐더러 3심 판단이 대권 일정에 맞춰 나온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댓글을 공모해 조작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안게 된 것도 치명적인 부담으로 지적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문 진영이 내년 상반기께 본격화될 대권 레이스 주자를 새로 찾아야 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당분간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양강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친문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제3의 인물을 물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권이 연장되더라도 핵심 계파가 교체될 경우 국정 철학은 있는 그대로 계승되지 않거나, 심지어 새 정부가 전 정부 인사들에 보복을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노태우 정부에서 김영삼 정부로,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예외 없이 그런 일이 발생했다.

후보군으로는 김두관 의원, 임종석 특보, 유시민 이사장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여러 인물이 언급되고 있다. 이중 대권 움직임에 한발 앞서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정 총리다. 정 총리는 당내 독자 세력을 갖췄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친노 계열과도 가까웠던 독특한 위치의 중량급 정치인이다. 현 정부에서도 국무총리로서 문 대통령과 비교적 손발을 잘 맞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문 성향 지지자들에게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보다는 거부감이 덜한 인사로 꼽힌다.

정 총리 역시 대권에 대한 의지가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목요대화’의 영역을 날로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측근 그룹인 ‘SK계’가 주축이 된 ‘광화문포럼’이 최근 활동을 본격화한 것도 대권 도전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김경수 지사 등 친문 인사들과 정 총리가 연대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심심찮게 돌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더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 서울 바이오이코노미 포럼’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귓속말을 주고받는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친문-丁 연대설’ 솔솔... 특보 설치 등 광폭 행보 개시

공교롭게도 정 총리는 김경수 지사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날 정치 보폭을 크게 넓혔다. 대통령처럼 국무총리 산하에도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단을 구성한 것이다. 정 총리는 지난 6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보건의료와 그린뉴딜, 국민소통 등 세 분야에 걸쳐 특별보좌관 3명과 자문위원 6명을 위촉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사실상 ‘미니 청와대’이자 ‘차기 대선 캠프’를 구성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총리실에 특보나 자문위원 자리가 원래부터 있던 건 아니다. 정 총리가 지난 4월 국무총리비서실 직제를 개정하면서 마련됐다. 이전 법령상으로는 국무총리비서실에 비서실장과 그 밑의 정무실장, 민정실장, 공보실장(대변인 겸임), 비서관 7명 등만 두게 돼 있었다. 정 총리는 이날 인사들을 위촉한 세 분야 외에도 경제, 복지, 행정 등에 특보단과 자문위원을 추가로 두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경제총리, 통합총리를 표방했다”며 “방역과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K-방역 시즌2’에 돌입하면서 특보와 자문위원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달부터는 여야 핵심인물들도 잇따라 회동하기로 했다. 9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20여 명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만찬을 나누고, 오는 16일에는 열린민주당 지도부와 만나기로 했다. 그간 세 차례나 불발됐던 국민의힘 측과의 회동 날짜도 다시 조율 중이다.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 각 당 지도부와도 차례로 만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秋·尹 질타, MB 비판, 檢개혁 거론에 “포항 사위” 홍보까지

과거에는 자제했던 정치적 발언 빈도가 조금씩 잦아지는 점도 대권 의지를 반영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검찰개혁 등 자신의 영역 밖에 뒀던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월부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릴 때마다 기자단에 문자로 이를 일일이 공지하는 등 자기 홍보에도 더 힘을 쏟는 분위기다.

지난 4일에는 국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을 지적하며 다른 대권 잠룡들을 견제하는 듯한 자세도 취했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싸움을 못 하도록 총리가 중재해야 한다”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지적에 “국민 여러분께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국민께서 몹시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며 “고위공직자라면 절제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되는데 어떻게 할 말 다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하면서 도리를 다한다 하겠느냐”고 질책했다. 정 총리와 홍 의원, 추 장관, 윤 총장은 모두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된다.

“전세대란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홍 의원의 질문에는 수급 불균형 등을 먼저 거론한 뒤 “다른 측면으로는 주거 문화가 좀 바뀌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홍 의원님이랑 제가 결혼할 때는 단칸 셋방에도 들어가지 않았느냐”는 발언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은 페이스북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징역 17년 확정 사실을 거론하며 불현듯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총리가 그간 적폐청산이나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자제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당시 정 총리는 “전직 대통령의 유죄가 확정돼 국무총리로서 착잡한 심경”이라면서도 “2007년 법 집행이 공정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사건이고 왜 지금 검찰 개혁이 필요한지 잘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죄받지 않는 불의는 되풀이된다”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혁에 더 속도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에는 경북 포항 지진 피해복구 현장을 찾은 뒤 페이스북에 “저는 포항의 사위이고 아내의 고향은 포항”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공직자의 발언이라 보기에는 정치적인 의미가 상당한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였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내년 초께 결심 가능성... 친문 향방은 文 의중에 달려

정 총리가 최종적으로 대권 도전을 결심할 시기는 당으로 복귀할 수 있는 내년 초 개각 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6선 국회의원과 여야 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 사실상 ‘대통령만 빼고 다 해 본’ 검증된 국정 운영 능력과 안정감,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정치적 유연함, 여당 내 몇 안 되는 오랜 기업인 경력은 그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들로 꼽힌다. 김경수 지사의 2심 결과에 힘입어 정 총리가 친문 계열과 정치적 연대 관계를 이룰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이다.

다만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민적 인기는 정 총리에게 최대 숙제가 될 전망이다. 정 총리의 특정 행보에 일반인들이 폭발적 관심을 보인 경우는 그의 정치 이력 내내 거의 없는 편이다. 당분간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 ‘투톱 체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주목도를 높일 기회를 꾸준히 엿볼 가능성이 높다.

김경수 지사나 조국 전 장관을 포함한 86세대는 물론, 문 대통령이나 이낙연 대표보다 많은 나이 역시 다소 약점으로 지적된다. 친문 성향 지지자들이 바라는 젊고 개혁적인 지도자 상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출신지가 전북이라는 점도 영남 출신이 많은 친문 유력주자들과는 겹치지 않는 부분이다. 득표 확장성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선 정국까지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친문 진영의 지지가 정 총리에게로 쏠릴 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무엇보다 이를 좌지우지할 가장 큰 동력은 정 총리 본인이나 친문 세력의 의지보다는 ‘문’ 그 자체, 즉, 문 대통령의 의중이 될 것이란 평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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