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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교수님만 나이스샷? 김대리·대학생도 굿~샷! [토요워치]

■ 2030이 몰고온 '쿨한 골프' 시대





한 이동통신사의 사내 골프동호회에는 부장급 이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이 대리나 과장급이고 동호회원 40여명 중 6명은 여성 직원이다. 모임을 운영하는 과장급 직원은 “직급에 제한을 둔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모임이 돌아가고 있다”며 “50대에 뒤늦게 골프에 입문하느라 힘들어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한 해라도 젊었을 때 배우라고 권하는 편인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레슨 정보를 공유하거나 품앗이로 서로의 스윙을 봐주기도 하는 이 모임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필드라운드를 나간다. 단체팀 연 부킹에 따른 할인이 있어 경제적 부담도 덜하다고 한다.

대학 골프동아리도 ‘핫’하다. 수도권 10개 대학의 골프동아리 모임인 대학골프연합이 학기마다 여는 연합 스크린골프대회 참가자는 4~5년 전 20명 안팎에서 요즘은 120명 정도로 확 늘었다. 최근에는 KAIST·육군사관학교 동아리도 연합회에 등록했다. 이쯤 되자 골프용품 업체가 대회 후원사로 참여하고 유명 유튜버가 대회현장을 방송 콘텐츠로 활용하는 등 판이 계속 커지고 있다. 한 회원 학생은 “학교 동아리 규모가 40~50명 정도로 커졌다”며 “가입 희망자는 많은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더 받을 수 없어 난처할 정도”라고 전했다.

골프존 GDR아카데미에서 시뮬레이터 영상을 보며 레슨하는 모습.


사내 모임 부장급 거의없고 대학 동아리엔 KAIST·육사까지 가세

아카데미·유튜브 통해 열공…맞춤형 클럽 등 장비 피팅도 공들여



◇시작부터 제대로…장비도 연습도 ‘대충’ 없는 골린이들

올해 들어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의 회원 수는 매달 3만~4만명씩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월별 증가폭은 2배에 달한다. 몇년 전까지도 스크린골프는 직장인들의 회식 ‘2차’ 코스로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 스크린골프가 제2의 활황을 맞은 데는 연습 기능에 의미를 두는 2030세대의 힘이 크다. 골프존 회원 수가 전월 비 4만6,900명이나 늘어난 지난 7월에는 20~30대 비중이 전체의 22.2%에 달했다. 골프아카데미도 호황이다. 골프존 직영 GDR아카데미는 사업 개시 1년 만에 전국 매장이 90개로 늘었다. 아카데미 회원 수는 3만명에 이른다. 후발주자인 QED골프아카데미도 직영 1호점을 낸 지 1년여 만에 자사 시뮬레이터를 들여놓은 매장이 전국에서 150개로 증가했다. QED 관계자는 “젊은 여성 골퍼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려는 마음으로 아카데미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를 통한 ‘열공모드’도 뜨겁다. ‘슬라이스 방지법’ ‘뒤땅 안 치는 법’ 등 초보라면 궁금해할 내용을 인터넷 검색창 대신 유튜브로 검색하고 저장해 반복 습득하는 식이다. ‘처음 골프장에 가면 해야 할 일’ 등 아주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특정 골프장의 홀별 공략법도 인기 콘텐츠다. 이렇다 보니 ‘1타 강사’격인 인기 골프 유튜버의 주가가 갈수록 높아져 방송에 특정 브랜드 용품을 노출하는 조건으로 많으면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골린이들은 장비를 고르는 데도 꼼꼼하다. 맞춤형 클럽 스펙을 제공하는 피팅센터는 매달 예약공지를 띄우자마자 한달치 자리가 꽉 찰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데 고수들만을 위한 시설로 여겨지던 이곳에 지금은 젊은 골퍼들이 흔히 보인다. 타이틀리스트피팅센터의 박철완 피터는 “부모님이나 지인의 클럽을 물려받아 골프에 입문하는 게 보통인데 요즘에는 처음부터 자신의 신체와 운동능력에 맞는 클럽으로 시작하기 위해 방문하는 젊은 초보 골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헤드커버와 골프볼 등 카카오프렌즈골프 제품들.




라인프렌즈골프 아이템들.




연습장서부터 풀착장…골프웨어 인기에 올 론칭브랜드만 10개 넘어

해외명소 대신 골프장이 성지로…단순 취미 넘어 성장 과정으로 기록

◇골프도 ‘옷발’…등산복 열풍 가고 골프복 광풍

레슨과 연습, 골프 공부에 열심인 2030 골린이들에게는 복장도 중요하다. 필드는 물론 연습장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착장’으로 나타나는 골퍼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 골프의류 브랜드 담당자는 “패션에 관심이 높은 골린이들을 잡으려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론칭한 브랜드만도 10개가 훌쩍 넘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다 보니 2014년 정점을 찍은 등산복시장의 바통을 골프복시장이 이어받은 모양새다. 블랙앤화이트 색상과 강렬한 로고 디자인으로 인기인 PXG어패럴은 지난해 약 4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전년 대비 30%의 매출 신장을 예상한다. 파리게이츠도 올 상반기에만 약 4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 판매 1위 골프볼로 유명한 타이틀리스트도 요즘 골린이들 사이에서 의류로 더 친숙하다. 골프볼 부문의 연매출(약 600억원)을 의류 부문(약 750억~800억원)이 크게 앞선다. 이 회사는 자사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요즘 골퍼들이 의류로 시작해 골프볼·클럽 순으로 경험하면서 충성도를 키워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고 고가 제품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골프클럽과 마찬가지로 의류도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젊은 층의 유입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졌다. 중고클럽 시장이 자리를 잡은데다 요즘에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도 골프의류를 만든다. 20대가 타깃인 온라인쇼핑몰 무신사가 최근 골프복 판매를 시작한 것은 업계에서 2030 골프붐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장이 해외명소를 대신할 ‘인증샷’ 성지가 된 것 같다”며 “장소에 맞는 복장이 중요하다 보니 골프의류 업계도 혜택을 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2030 골퍼들은 남에게 보여주는 것 못지않게 ‘나’를 잃지 않는 특징을 나타낸다. 골프를 단순한 취미가 아닌 ‘성장’으로 접근해 성장의 기록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남기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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