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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금융가
'보험금 삭감' 오인에...문닫은 손보協 의료심사위

의료자문기구 소비자 불신 팽배

올 사실상 '자문의 실명제' 도입

의료계 신상털기 부담에 참여 거부

손보協 의료심사위 34년만에 해체

독립성·전문성 갖춘 자문기구 실종





의료자문이 보험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 속에 34년간 보험사와 소비자의 의료감정 분쟁 해결을 위한 자문기구였던 손해보험협회 산하 의료심사위원회가 지난해 말 해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의료자문의 풀(pool)에 참여했던 의료인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껴 일제히 위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협회 산하 의료심사위원회는 지난해 말을 끝으로 해산했다. 지난 1986년 자동차보험 관련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자문기구로 출발한 의료심사위는 30명 안팎의 분야별 전문의로 풀을 구성, 보험사와 소비자 간에 발생한 각종 의료감정 분쟁을 다뤄왔다.

그런데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으로 올해 1월부터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부지급하는 경우 피보험자에게 자문의가 속한 의료기관과 부지급 및 감액 이유를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의료계가 일제히 전문의 풀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문의가 속한 병원을 공개할 경우 해당 진료과 소속 의료진 가운데 자문의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 의료계로서는 사실상 ‘자문의 실명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국가장애등급 판정을 위해 허위 진단서를 요구하던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의료자문 활동에 대해 의료계가 느끼는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료심사위 해산으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의료자문기구가 아예 사라졌다는 점이다. 의료자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갈수록 커지면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의료감정에 대한 상호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의료심사위 역시 이 같은 고민 속에 설치됐다. 생명보험협회 역시 한때 심사기구 설치를 추진했으나 전문의 풀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의료학회와 연계해 의료자문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9년째 다양한 의료학회의 문을 두드렸으나 의료계의 소극적인 태도로 지금까지도 업무협약을 맺은 학회는 도수학회와 정형외과학회 두 곳뿐이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서도 일부 자동차공제조합 등의 건의로 심사기구 설치를 검토했으나 역시 자문의 풀 구성, 관련 법 개정 등이 원활하지 않아 결국 설치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보험업계는 의료자문 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수준까지 이른 부정적 인식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올 상반기 보험업계가 제3 의료기관의 의료자문을 통해 장해율 등을 판단한 건수는 1만건 중 8~9건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 지급한 비율은 손해보험사가 0.02%, 생명보험사가 0.1% 수준에 불과했다. 통계만 보면 의료자문이 보험금 삭감이나 부지급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는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면 의료자문의 편파성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본래 의료자문은 적법한 손해사정 절차인데도 보험사가 자문 비용을 부담하고 자문의를 선정한다는 이유로 부정적 인식이 크다”며 “전체 보험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자문을 통한 적정 보험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금융당국 등 정부 차원에서 의료심사기구를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처럼 의료감정 관련 분쟁에 특화한 제3기구를 설치해 의료자문 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로선 보험사와 소비자 양쪽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정부 기관이 나서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전문가 풀을 구성하고 각종 의료감정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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