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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B급 감성...간절함이 만든 '웹 뮤지컬' 빛났다

■베일 벗은 언택트 작품 '킬러파티'

배우 10명 각자 공간서 녹음·촬영

10분 안팎 에피소드 9편으로 공개

B급감성 유머·주요 넘버들 인상적

1인장면 반복에 다소 산만·피로감

유료콘텐츠 정착 여부는 지켜봐야

‘쇼는 계속돼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이 빛나는 시도였다. 지난 20일과 23일 각각 케이블채널 샌드박스플러스와 네이버 TV를 통해 공개된 국내 첫 웹 뮤지컬 ‘킬러파티’는 이전 뮤지컬 장르와는 전혀 다른 문법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줬다.

‘본격 자가격리 뮤지컬’을 표방하며 국내에 첫선을 보인 웹뮤지컬 ‘킬러파티’는 배우들이 개별 공간에서 각자 촬영한 영상을 모아 제작,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다./사진=EMK엔터




킬러파티는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 등 대형 공연을 제작해 온 EMK뮤지컬컴퍼니의 자회사 EMK엔터가 선보인 작품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공연의 제약이 커지자 아예 온라인(비대면)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연 형태를 모색한 것이다. 그 첫 결과물인 킬러파티는 EMK와 오랜 기간 작업해 온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미국에서 먼저 선보인 내용에 한국식 유머와 설정을 가미해 만들었다.

줄거리는 양수리의 한 저택에서 발생한 공연 연출가 정관장 살인사건의 범인 찾기다. 용의자는 저택에 초대받은 배우와 스태프. ‘자가격리·언택트 뮤지컬’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최소 인원·원데이 촬영’을 원칙으로 제작됐다. 10명의 출연 배우들이 각자 음악과 대본을 숙지한 뒤 녹음과 촬영에 참여했고, 촬영은 대부분 배우 각자의 공간에서 5명 이내의 인원으로 진행했다. EMK에 따르면 10명의 배우 중 분량·크로마키 작업이 많은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하루에 촬영을 마쳤다. 이렇게 취합한 영상은 그 용량만 2테라바이트에 달한다.

다른 플랫폼에 대한 문법 이해가 단연 돋보였다. 온라인 공연은 다른 행위를 하면서 동시에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 대면 공연에 비하면 집중도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킬러파티는 평균 2~3시간의 대면 공연과 달리 10분 안팎의 에피소드 9편으로 만들어 관객의 집중력 분산을 최소화했다. 가장 분량이 긴 에피소드가 17분이다.

웹뮤지컬 ‘킬러파티’는 온라인이라는 매체 환경을 고려해 작품을 짧은 에피소드 9편으로 나눠 공개하는 한편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영상 편집과 코믹한 설정 및 대사를 선보인다./사진=EMK엔터




내용 면에서도 복잡한 추리와 서사 대신 B급 감성의 영상과 유머를 넣어 ‘가볍게 즐기는 스낵 콘텐츠’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정관장’이라는 이름의 연출가가 여배우에게 홍삼을 선물했다는 설정, 여배우 ‘나조연’ 역할을 맡은 ‘오뚜기 3세’ 함연지가 “쓰러지고 무너졌을 때 난 견디고 일어났었지 마치 ‘오뚝이’처럼”이라고 노래하는 장면, 노래방 영상을 연상케 하는 ‘의도된 촌스러운 합성’ 등 시선을 사로잡는 양념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사건 용의자들이 수사를 받기 위해 각각 다른 방에 대기하면서 부르는 노래 ‘갇혔어’의 가사는 ‘집콕’에 지친 이들에게 묘한 공감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얼마나 여기에 갇혀야 하나 두려워. 지루해 짜증 나, 나 혼자 갇혔어 이 감옥 속에.’

스토리와 형식은 다소 가볍지만, 배우들이 들려주는 주요 넘버들은 인상적이다. 알리(윤채아 역)가 극 중 극 형식으로 부르는 ‘바다 위의 서커스’, 김소향(주인경 역)이 자신이 바라는 배역을 기다리며 선보이는 ‘내 차례를 기다려’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파워풀한 가창력이 돋보인다. 모두 함께 부르는 ‘증기선 위엔 멍청이들뿐’의 중독적인 리듬도 내내 귓가를 맴돈다.

웹뮤지컬 ‘킬러파티’의 영상 재생시 나오는 안내 자막/사진=EMK엔터


다만 신선함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평가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개별 촬영된 ‘1인 장면’이 반복되다 보니 산만하고, 피로감이 느껴진다. 완벽하게 짜인 무대와 라이브가 어우러진 기존 뮤지컬과 정교한 영상·편집으로 만들어진 웹 드라마 사이에서 ‘유료 콘텐츠’로서 소비자를 유인할 킬링 포인트가 약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배부르진 않아도 다음이 기대되는 의미 있는 첫술이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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