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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탈북민 3만명 시대...“목숨 걸고 왔지만 남은 건 빚더미뿐···한국 떠나렵니다”

[탈북민 3만명 시대, 무너진 코리안드림]<상> ‘脫코리아’ 택하는 탈북민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까지 배출했지만

사회부적응·사업실패한 경우 적지 않아

최근 10년간 월북자 절반 이상은 탈북민

소송·채무 시달리다가 월북·이민하기도

“자본주의 이해 없이 꿈만 부푼 채 방치”

/이미지투데이




1950년 한국전쟁 직전 귀순한 공군 장교를 시작으로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대한민국 땅을 밟은 탈북민의 역사는 어느덧 70년이 흘렀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거주 탈북민은 3만 3,718명. 탈북민은 어느덧 우리 일상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났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지역구 최초의 국회의원까지 배출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코리안드림’은 아직 머나먼 이야기다. 국내 적응에 실패해 다시 북으로 돌아가거나 제3국으로 떠나는 탈북민의 소식이 심상치 않게 들려온다.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 이들이 ‘탈(脫)코리아’에 나서는 이유와 대안을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연합뉴스


#한국의 대령에 해당하는 북한군 대좌까지 지낸 군 고위 간부 출신 박용호(가명)씨는 2000년대 초반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식당만 갖고 있으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북한에서의 경험만 떠올린 채 박씨는 한국에 정착한 뒤 모은 돈을 전부 투자해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자영업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늘어나는 빚더미에 결국 집까지 압류당한 박씨는 한국 생활을 모두 정리한 채 눈물을 머금고 미국으로 떠났다. 박씨가 처음 요식업에 뛰어들 당시 주변에는 투자를 부추기는 이들만 있었을 뿐 자영업자의 생존율이 16%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얘기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4일 이용선 더불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제3국으로 출국 후 돌아오지 않는 탈북민은 2015년 664명에서 지난해 771명으로 4년간 107명(16%) 증가했다. 2012년 이후 지난 9년간 북한으로 다시 월북한 탈북민도 30명에 이른다. 지난 7월 탈북민 김모씨가 강화도를 통해 월북한 데 이어 9월에는 탈북민 방모씨가 강원도 한 전방부대에 무단 침입했다가 구속됐다. 생계 곤란과 가정 불화를 겼던 방모씨는 평소 중국을 통해 월북하겠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목숨 걸고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민의 재입북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전해철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탈북민 재입북’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체 월북자 55명 중 52.7%에 달하는 29명이 탈북민이었다. 통일부는 북한 매체 보도 등을 통해서야 탈북민의 재입북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가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인원까지 더하면 실제 재입북한 탈북민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정부가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는 탈북민은 약 900명에 달한다.



/이미지투데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사선을 넘어왔지만 박씨처럼 사회 적응에 실패하며 채무와 소송까지 휘말리는 탈북민들이 적지 않다. 북한에서 중고자전거 판매업을 하던 탈북민 김광훈(가명)씨는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북한에서의 경험을 살려 중고차 매매업을 함께 해보자는 지인의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동업자는 김씨에게 결함이 있는 수입차를 넘겼고 결국 김씨가 판매한 차량이 하나둘씩 고장을 일으키며 소송에 휘말렸다. 수억 원의 빚만 떠안게 된 김씨는 탈북 7년 만에 다시 해외로 도피했다.

북한에서 의사를 하다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2003년 한국에 온 최승철(50)씨도 국내 법·제도에 대한 낮은 이해도 탓에 소송에 휘말리다가 2008년 영국으로 떠났다. 탈북민 고용지원금을 퇴사한 탈북민에게 준 혐의로 45일간 구속재판을 받은 최씨는 “위법성은 인정하지만 김일성종합대학까지 나온 직원이 피자 배달일을 하는 게 너무 딱했다”며 “처음엔 한국을 ‘내 나라’라고 여겼는데 이런 일을 겪다 보니 내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아무리 잘 나가도 죽을 때까지 탈북자’라는 친구 말에 한국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와 김씨의 ‘탈한국행’을 지켜본 탈북민 이주성(55)씨는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빚쟁이가 되는 탈북민을 수없이 봐왔다”며 “남한에서 3등 국민으로 살 바에는 차라리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한국을 떠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일하다 탈북 후 염소농장을 열었던 그 역시 사업에 실패해 회생·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이씨는 “꿈에 부푼 채 탈북했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 채 도태되고 있는 게 탈북민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민구·김태영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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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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