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법무부 장관이 임기가 보장된 헌법기관인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일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유례가 없던 폭거다. 여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 출신 장관이 혐의가 명확하지 않은 사유를 들어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밀어붙이면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 정치로 검찰을 덮는 추 장관의 행태는 직권남용 소지가 큰데다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추 장관은 그동안 헌법과 법규를 무시하면서 인사권과 수사 지휘권, 감찰권을 총동원해 권력 비리 수사를 막는 한편 윤 총장을 몰아내려고 했다. 법무부 감찰 규정 15조에는 감찰 대상자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려면 ‘형사처벌 또는 징계 처분의 요건이 되는 행위를 범했다고 인정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날 제시한 윤 총장의 혐의들은 추 장관 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 아니라 구체적인 처벌 사유가 되지 못한다.
이번 직무 배제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수순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추 장관의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을 겨냥해 “거취를 결정하길 권고한다”고 공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추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 관련 보고를 받았으나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여권이 권력기관의 독립성을 흔드는 위헌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권은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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