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해외 명품 브랜드의 디자이너라고 꾸며 저가 털실을 수입산 천연 털실로 속여 팔아온 판매자가 경찰에 입건됐다. 이 판매자에게 속은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현재까지 130여명에 이르며 피해액은 최소 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온라인에서 저가 털실을 속여 팔아온 50대 여성 윤모씨를 사기, 상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윤씨는 지난 2015년부터 네이버블로그 등을 통해 아크릴, 폴리에스터 등이 함유된 일반 털실을 한콘 당(400~500g) 최대 6만원에 이르는 고급 천연 털실로 속여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자신을 샤넬, 프라다 등 해외 명품 브랜드의 검수 및 디자인에 참여했으며 그 덕분에 명품 의류에 사용된 털실을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유통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윤씨의 블로그는 특히 뜨개질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입금 후 상품 수령까지 길게는 2개월여가 소요되지만 인기 제품의 경우 선착순 경쟁이 일어날 정도였다.
윤씨의 사기 행각은 천연 소재로 이뤄졌다는 상품 설명과 달리 감촉이 좋지 않다고 느낀 한 소비자가 지난달 초 상품을 직접 불에 태워보면서 발각됐다. 이 소비자는 천연 상품이 불에 타도 녹지 않고 재도 부스러진다는 상식과는 달리 악취는 물론 실이 녹으면서 서로 엉겨 붙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해당 제품은 설명과 달리 대부분이 양모와 나일론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예민한 사건”이라며 “현재 고소인 조사를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가짜 천연 털실을 구매한 피해자들은 현재 확인된 것만 131명에 이르며 총 피해액은 최소 3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한해 구매액만 100만원이 넘는 피해자 박모씨는 “백혈병 투병 중인 아이의 머리에 씌울 친환경 비니(beanie)모자를 만들기 위해 털실을 샀다”며 “당시 구매 전 아이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문의도 넣었는데 구구절절 추천하는 대답만 받았다. 상황을 알고도 권했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치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윤씨는 모든 제품을 판매 중단하고 웹사이트에 환불 관련 공지를 내걸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현재 환불을 진행 중”이라며 “명품 브랜드와 작업을 했다고곤 했지만 사칭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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