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두고 갑자기 하혈을 시작한 산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결국 아이를 사산했다.
21일 경기도에 사는 A(30) 씨는 출산이 임박한 지난 7일 그간 진료를 받아온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입원할 예정이었다. 당일 낮 외래진료차 병원을 찾았다가 “오늘 입원한 뒤 분만 날짜를 잡자”는 권유를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오후 7시 전까지 와서 수속을 밟으라는 병원 안내에 따라 오후 2시 30분께 미리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다른 자녀들을 데려다 주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검사 결과는 통상 6시간 뒤에 나오므로 다시 돌아올 계획이었다.
자택에서 병원에 갈 채비를 마친 A씨는 오후 6시께 갑자기 하혈을 시작했다. 출산 전 태반이 떨어지는 태반 조기박리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음이 사후에 확인됐으나 당시에는 A씨는 물론 병원도 이 같은 상황을 알지 못했다. A씨는 구급차를 타고 오후 7시께 병원에 도착했으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곧장 응급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A씨는 “병원에 도착하고 구급차에서 1시간을 더 기다린 뒤에야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응급수술을 했지만 아이는 오후 9시 10분께 숨진 채로 세상에 나왔다. A씨는 “응급 상황이라면 골든타임이 있었을 텐데 병원 바깥에서 하혈하며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며 “퇴원 후에도 병원 측으로부터 사과는커녕 그날 일에 관한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보건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다른 날보다 결과가 늦게 나와 산모는 오후 9시 30분께 최종 음성이 확인됐다”면서 “그날 수술이 예정된 것이 아니어서 장소 확보 등 준비에 시간이 50분 정도 걸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태반 조기박리는 사전에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날도 급격한 상태 악화가 예측이 안 된 가운데 최선을 다해 수술했으나 아기가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