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무소속 신분인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의원에 대해 일단 ‘복당 불가’ 판정을 내렸다. 보수진영의 결집을 위해 이들의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지도부는 당의 분열을 우려해 현 체제로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치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홍·태·상’ 지역구 당협위원장 교체 안 해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을과 김태호 의원의 지역구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윤상현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4·15 총선에서 나서 패배한 이인선 전 경북 부지사와(대구 수성구을)와 강석진 전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안상수 전 인천시장(미추홀구을)이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한다. 지도부에 이 같은 결정은 사실상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의원에 대한 복당을 불허한 것이다.
당초에 당무감사위원회가 대구 수성구을과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에 대해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 명단에 올리며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당협위원장은 지역구의 기초·광역선거 후보자 추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현직 국회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것이 관례다. 이번 당무감사에서 ‘홍·태·상’의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교체 대상에 오르자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할 길을 열 것이라는 기대도감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종인 지도부가 복당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도 미뤄지게 됐다.
보궐선거 전 당내 분란 안 돼, 뛰는 지지율에 당 결속
지도부가 무소속 의원들에 대해 ‘복당 불가’ 판정을 내린 것은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전에 당의 분열을 막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사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홍·태·상’ 무소속 3인의 복당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 여당의 입법 독주에 국민의힘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당내에서는 “복당을 받아들이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4선 김기현 의원이 김 비대위원장 앞에서 “부득이하게 탈당한 분들의 조속한 복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고 5선 정진석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윤상현·김태호 의원의 복당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초선 의원들이 이들의 복당에 반발하면서 문제는 꼬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부 중진들까지 ‘복당 연기론’을 펼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선 윤 의원과 3선 김 의원이 복당하면 내년 차기 원내대표 구도도 바뀌게 돼 중진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며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들 일부도 김 의원의 복당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내 반발을 우려해 복당에 반대하자 홍 의원이 “내가 당 대표일 때 주 의원을 흔쾌히 복당시킨 일도 있다. 배은망덕하다”고 반발하며 내홍은 더 커졌다.
그런데 이 시기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논란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실패 문제로 반사이익을 얻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역전하면서 당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지율이 4주 연속 민주당을 앞지르자 당내에서 “보수우파 진영이 뭉쳐서 싸우자”는 명분도 희석됐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24일 일단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보궐선거 승리 이후 복당 땐 당내 지분 축소
문제는 입당이 미뤄지면서 무소속 의원들은 입지가 더 좁아질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차기 대선을 좌우하는 큰 선거다. 인구 1,000만 명의 서울시와 보수진영의 텃밭인 부산·경남·울산(PK)의 표심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크게 이기면 차기 대권까지 넘볼 수 있다.
김종인 비대위가 현 체제만으로 승리하고, 국민의힘을 수권정당의 위치까지 올리면 김 위원장의 정치적인 정당성과 입지는 더욱 커진다. 보수우파진영의 결집이 아닌 중도 행보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이 된다.
반대로 소위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강경보수까지 껴안는 ‘보수진영 총결집’을 주장한 홍 의원은 당내에서 지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보궐선거 이후 차기 대권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대권까지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박근혜정부에서 정무특보를 지내고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윤 의원과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대권주자로 거론된 김 의원도 당내에서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 크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김종인 체제로 선거에서 승리하면 차기 당권과 원내대표 선거, 대권 구도까지 모두 뒤바뀌게 된다”며 “단순히 복당 문제가 아니라 당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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