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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재미… 세계적 석학 시험으론 못만들어"

금종해 고등과학원 교수

문제 빠른 시간내 계산하는 것

수학자에 꼭 필요한 능력 아냐

수학적 상황 즐기고 분석해야

과학기술계 승복의 문화 부족

정치적 계시가 과학될 순 없어

금종해 고등과학원 교수 /카오스 유튜브




“아무리 재미있는 수학을 해도 시험을 보면 재미가 아니라 스트레스가 됩니다. 세계적인 수학자는 시험을 봐서 뽑지 않습니다.”

금종해(사진) 고등과학원 교수는 지난 28일 카오스재단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수학에 가장 필요한 재능을 “수학적 상황을 즐기고, 분석하고, 좋아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 대한수학회장이기도 한 금 교수는 대수기하학 분야의 국제적 석학이다. 지난 2007년 대수기하학의 오래된 난제인 ‘유한대칭군’ 분류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국가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받고 국가 석학으로 선정됐으며 한국과학상·대한민국학술원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금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를 시험에서 찾는다. 그는 “빨리 외워서 빠른 시간 내에 계산해 문제를 푸는 능력은 수학자가 되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라며 “수학을 싫어하는 것은 수학하는 행위를 즐기지 못하고 시험에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입시 위주 교육이 수학을 학생들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는 것이다.



현재 수학교육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금 교수는 “수학교육의 내용은 제대로 가르치고 시험은 쉽게 내 학생들이 한번 배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불행해지고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에는 세계가 한국을 수학 모범국으로 바라봤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냉철한 평가다. 금 교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과학·수학 교육을 강조하면서 틈만 나면 한국을 예로 들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수학교육의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승복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점을 우리 과학기술계의 단점으로 꼽았다. 금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합리성이 떨어지고 우기는 경향이 많다”며 “각 분야에서 자기가 중요하다고 논쟁하고, 다투고, 경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끝난 다음에는 합의를 하고 승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는 정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금 교수는 “미국 등을 보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해당 전문가들에게 묻고 보고서나 의견을 요청해 정책도 만들고 결정하는데 우리는 그런 문화가 부족하다”며 “정치적 지도자의 계시가 과학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태도의 문제”라며 “정치인들은 자신이 아는 과학자에게 의견을 물을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 교수는 그럼에도 한국 수학·과학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수학·과학의 수준은 거의 세계 10위권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장담컨대 40세 미만이 받는 필즈상은 10년 내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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