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이켜 보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저성장과 양극화가 더 심화했다. 코로나19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해 부의 불평등 또한 심화했다. 산업구조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 관행이 늘면서 실물과 금융 거래에 있어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환경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저성장과 양극화로 정부 개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로 포퓰리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비대면 거래로 실업이 늘어날 경우 큰 정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정부 실패가 더 커질 것이 우려된다. 부동산 버블도 문제다. 코로나19가 안정돼 금리가 높아지면 버블 붕괴로 금융 위기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포스트 코로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고 포퓰리즘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를 부양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재정 정책과 통화정책의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재정 적자가 늘고 과잉유동성으로 자산 가격 버블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수단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민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 당국은 반기업 정서를 불식하고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각종 지원을 확대해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안정도 중요하다. 한국은행은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몰리지 않도록 비록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또 정책 당국은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수요 억제 위주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교통 인프라다. 기존과 같이 교통망이 구축되지 않은 신도시 건설로는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부심에서 직장이 있는 도심으로 진입하는 교통 인프라를 확충할 때 현재 늘어나고 있는 도심 주택 수요를 줄일 수 있다. 도심과 부심의 주택은 상호 대체 관계에 있어서 도심 가격이 안정되면 다른 지역의 주택 가격 또한 안정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때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있고 양극화에 따른 포퓰리즘 수요도 줄일 수 있다.
디지털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실물과 금융 거래에 있어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금융과 산업구조는 크게 변화되고 있다. 정책 당국은 신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제도를 정비해 산업구조 전환에 대응해야 한다. 디지털화는 신산업에 대한 고용은 늘리지만 기존 산업에서 고용을 줄여 실업을 늘어나게 한다. 정책 당국은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등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 고용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기업 역시 새로운 산업구조하에서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에게 어려운 한 해였다. 그러나 지금은 앞으로 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할 때다. 경제 환경의 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 우리는 지금의 저성장과 양극화의 그늘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할 수 있으며 포퓰리즘의 함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새해 한국 경제는 많은 도전과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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