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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보여주기식 반쪽 공급 대책으로 또 ‘풍선’ 만드나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취임사에서 “내년 설 이전에 도심 내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은 충분한 공급을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방향키를 규제보다 공급에 뒀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가 밝힌 정책의 뼈대를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새로 나올 공급 대책은 서울 지하철 주변의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고밀 개발 등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의 용적률을 완화하는 방법 등으로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변 장관 역시 ‘개발이익 공유’를 핵심 전제로 내걸어 민간에게 돌아갈 수익을 철저히 환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준공업지역만 하더라도 개발 대상지의 상당 부분을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익을 몰수당하면서 사업 추진에 나설 사람은 많지 않다. 공공 주도의 관제 재건축 대책처럼 시장의 호응을 전혀 받지 못하는 ‘숫자 놀음’의 공급 대책으로 끝날 수 있다.

변 장관의 ‘공공 자가 주택’ 구상도 새로 나올 공급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수요를 끌어낼지 미지수다. 그러면서 시장이 원하는 민간 주도의 재개발에는 선을 긋고 있으니 어떻게 ‘충분한 공급’의 신호를 보낼 수 있겠는가. KB금융이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내년에 집값과 전셋값이 안정될 것으로 본 사람이 27%에 그친 것은 공급 대책에 대한 신뢰 부족을 방증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숱한 부동산 대책들이 실패한 이유는 단순하다. 개발은 물론 시장의 정상적 거래를 통한 이익까지 ‘가진 자를 위한 특혜’로 규정하는 이념적 굴레에 함몰돼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공급 통로를 차단한 채 보유세·양도세 폭탄까지 터뜨리니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공급 물량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 보여주기식 반쪽짜리 공급 정책을 서둘러 내놓았다가 봄철 집값 상승세에 불을 지르고 전 국토를 풍선 효과의 구덩이에 빠뜨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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