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최고의 시작을 한 것 같아요. 주변의 도움으로 이렇게 멋진 기록을 달성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손샤인’ 손흥민(29·토트넘)이 새해 첫 경기에서 축포를 쐈다. 아홉수를 깨뜨리고 ‘토트넘 100호 골’을 터뜨리며 득점왕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손흥민은 지난 2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에서 전반 43분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4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후반 5분에는 코너킥으로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의 헤딩 쐐기골까지 도와 멀티 공격 포인트(1골 1도움)를 작성하며 힘차게 새해를 열었다. 후스코어드닷컴 평점 8.8로 양 팀 통틀어 최고점을 받았고 EPL 홈페이지 팬 투표로 뽑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3 대 0 승리로 EPL 4경기 무승의 부진을 끊은 토트넘은 7위에서 3위(승점 29)로 올라서며 선두 리버풀을 4점 차로 추격했다.
지난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하며 EPL에 진출한 손흥민은 253경기 만에 100골을 채웠다. 경기당 0.39골. EPL에서 65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4골,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2골, 유로파리그 6골, 리그컵 3골이다. 올 시즌 EPL 12호 골을 기록하면서 득점 공동 2위에서 단독 2위로 올라섰다. 13골 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1골 차로 압박하고 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오늘 득점이 토트넘 100호 골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래 기다려왔다”며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기록이다.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바탕으로 이렇게 멋진 기록을 달성해 정말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어떤 선수인지를 사람들이 깨닫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 수상, 이날 100번째 골을 언급한 모리뉴 감독은 “어떤 선수들은 페널티킥(PK)으로 10골을 넣는데 손흥민은 PK도 없이 득점 3위 안에 올라있다”며 놀라워했다.
100호 골 도우미가 해리 케인이라는 것도 놀랍다. 케인의 침투 패스 때 골문 오른쪽으로 들어가던 손흥민은 수비를 달고도 오른발로 방향만 살짝 바꿔 골망을 갈랐다. ‘손케 콤비’의 올 시즌 13번째 합작 골이었다. 이로써 1994~1995시즌 앨런 시어러-크리스 서턴(블랙번)의 단일 시즌 최다 골 합작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손흥민·케인은 EPL 통산 33골을 합작 중인데 3골을 더 보태면 역대 공동 1위가 된다. 이 부문 1위는 프랭크 램퍼드-디디에 드로그바(첼시)의 36골이다. 손흥민은 “케인이 공을 잡고 돌아섰을 때 그는 내가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완벽한 패스를 줬다”며 남다른 호흡에 대해 “가끔은 텔레파시로, 가끔은 연습으로 골을 넣는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올 시즌 전체 기록을 15골 8도움으로 늘린 손흥민은 오는 6일 브렌트퍼드(2부 리그)와의 리그컵 4강전을 준비한다.
한편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한 터키 기자의 트윗을 인용해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손흥민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께부터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는 손흥민은 토트넘 잔류 확률이 높지만 이적 시장이 문을 열면서 팀을 옮길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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