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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개혁 통해 선택적 복지, 법인세 낮춰 일자리 유출 막아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하> 따뜻한 정치

■성장·분배 선순환 이룬 북유럽

상속세 폐지·노동개혁 등 적극추진

법인세 낮춰 '일자리 유출'도 막아

민간활력 불어넣자 기업경쟁력 쑥

안정된 재정 확보해 '안전망' 투자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축에 성공한 북유럽 국가들은 ‘따듯한 정치’의 모범 사례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한때 복지 천국으로 불렸던 이 국가들이 과감한 구조 개혁을 통해 선택적 복지로 전환하고 노동시장 개혁과 상속세 폐지 등 시장 친화적인 환경 조성에 나선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도 좌우 정당들이 손을 잡고 경제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국가적으로 늘어난 부는 사회적 약자와 적극적으로 나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스웨덴 사회민주당 예란 페르손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하자 상속세와 증여세 폐지를 시도한다. 친기업 성향의 보수당이 추진했던 공약에 진보정당이 오히려 앞장선 결과 2004년 의회 7개 정당이 참가한 찬반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폐지가 전격 결정됐다. 좌우가 한목소리를 낸 이유는 간단했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정부 재정수입에 기여하는 비율은 0.2% 안팎에 불과하지만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면 국내 일자리가 사라져 결과적으로 국가의 부담만 더 커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친기업 정책이 결과적으로 친노동 정책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에 전국 최대 노동조합인 LO마저도 흔쾌히 동의한 것이다. 스웨덴은 내수 시장이 작고 글로벌 대기업이 경제를 이끄는 등 대외 의존도가 높아 한국과 대내외 환경이 가장 비슷한 국가로 분류된다.

이처럼 북유럽 국가들은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인식 아래 시장 친화적 개혁을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2020년 세계경제 자유 지수 부문에서 덴마크는 8위, 핀란드가 20위에 오르는 등 ‘큰 정부’의 대표 주자인 북유럽 국가들은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26위에 그쳤다. 이 지수는 △법치 △정부 규모 △규제 효율성 △시장 개방 등 4개 부문에서 12개 항목을 평가해 산출한다. 경제적 자유가 강한 나라일수록 시장 시스템에서 혁신과 가치 창출, 효율적인 자원 배분 등을 통해 역동적인 성장을 이룬다고 평가받는다.

북유럽 국가들은 민간 부문의 활력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법인세율 조정과 노동시장 개혁에도 과감히 나서고 있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법인세를 내린 나라는 4개 국에 그친 가운데 이중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있었다. 2020년에도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법인세를 낮춘 8개국에 포함됐다. 스웨덴 법인세율은 2020년 기준 21.4%로 한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 평균은 물론 서유럽 국가에 비해서도 월등히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췄다는 평가다. 덴마크 자산운용사 코먼크레디트가 발표한 ‘노르딕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중 해고와 신규 고용을 통해 교체된 노동자 비율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가 각각 14.8%, 14%, 9.1%로 집계됐다. 이는 EU 평균(4.3%)은 물론 독일(6.1%)과 프랑스(4.6%)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한국에서는 노인과 중병 환자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확대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먼저 장기 요양을 필요로 하는 중병이나 만성병에 걸린 환자, 기능 장애인 등은 공공 의료가 책임을 지는 스웨덴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중병에 걸리더라도 개인 부담을 한화 기준 약 15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치료비 연간한도제는 현재 한국의 경우 걸음마 단계인데, 이를 빈곤층 단계부터 확산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노인층 빈곤율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웨덴을 시작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최저보장연금’ 제도도 노인 빈곤층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연금은 집· 자동차와 같은 자산은 제외한 뒤 연금 소득만을 조사해 최저 생활 보장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제공받는 일종의 공공 부조다. 가령 1인당 100만 원이라는 최저선을 정한 뒤 다른 연금에서 70만 원을 받는 노인이라면 3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연금 소득이 전혀 없으면 100만 원을 모두 지급하는 방식이다.

노인복지 차원에서 치매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 기관이나 노인정 등 각종 노인 공공 시설을 확충한 북유럽의 앞선 경험도 시사점이 크다. 생활보호 대상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올리면서 돌봄 서비스 인력 수요 등 고용 증대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격한 산업구조 재편으로 실직자들이 대거 양산되는 게 불가피한 만큼 실업 급여도 대상과 한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덴마크는 고용 보호 수준이 낮은 대신 실업급여 지원 수준이 높다. 덴마크 실업보험은 최근 3년간 52주 이상 일한 경험이 있으면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준다. 실업급여의 소득 대체율은 평균 67%이며 최저임금을 받던 사람은 실업급여를 통해 기존 임금의 90%까지 보전받을 수 있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북유럽 국가들은 철저한 시장 원리를 추구하며 국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이처럼 안정적인 재정 확보 여건을 만든 뒤 중장기 재정 계획에 입각해 사회적 안전망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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