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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과 상관없는 한전이 출연 1위…'코로나 기금'도 판박이 될라 [이익공유제의 허상]

■본지·윤창현 의원실 농어촌상생기금 분석

강원랜드·LH까지 동원…그나마도 목표 30%밖에 못 채워

법인세 공제 당근에도 민간기업 출연액은 전체 6.9% 그쳐

이번 '코로나 이익공유제'도 금융권 등 닦달 우려…반발 거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및 입법 추진 당정청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목표로 출범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초라한 성적표는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코로나 이익공유제(사회적연대기금)’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고 있으나 막상 기금 조성 등이 현실화되면 만만한 금융권이나 공기업 등을 향한 ‘팔 비틀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공유기금에 참여할 유인이 크지 않고 재계 일각에서는 위헌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28일 윤창현의원실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지난 2015년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발생할 수 있는 농업계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추진됐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무역이익공유제’를 밀어붙였지만 정부와 산업계가 반발하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하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방향을 틀었다.연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으나 2020년까지 기금 조성 규모는 불과 1,143억 원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협약된 금액(99억 8,000만 원)까지 포함해도 1,242억 원 수준으로 목표액의 30%에 불과하다.

숫자보다 더 큰 문제는 기금의 구성이다. 기금을 가장 많이 출연한 기업은 국내에서 전력 판매 사업을 하는 한국전력(170억원)이었다. 2019년 기준 한전은 매출액(59조 1,728억 원)의 99.5%(58조 9,331억 원)가 무역 이익과는 전혀 무관한 전기 판매 부문이다. 뒤이어 기금을 많이 출연한 기업은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한국서부발전(168억 원), 한국남동발전(104억 원), 한국남부발전(95억 원), 한국수력원자력(75억 원)이었다. 심지어 폐광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돼 국내에서 카지노와 호텔 사업을 하는 강원랜드도 60억원을 출연했고 FTA와 전혀 관련이 없는 한국토지주택공사도 15억 원을 출연했다.

FTA 체결로 관세 폐지 해택을 보지도 않을 뿐 아니라 무역과도 관련이 없는 공기업들이 대거 농어촌상생기금에 출연한 것은 정부의 공기업 경영 평가 때문이었다. 경영 실적 평가 가운데 농어촌상생기금 출연 실적이 포함된 점수는 5점. 이는 재무 예산 운영·성과(5점)와 같고 경영전략·리더십(6점) 수준이다. 전체 경영관리 점수(55점) 가운데 10%가 상생·협력과 연관돼 있었다.





공기업들은 경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기관장이 경고를 받고 직원들의 성과급마저 깎아서 지급해야 한다. 국내 사업이 주력인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한 데는 정부 경영 평가라는 ‘팔 비틀기’가 역할을 한 셈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경영 평가에 작지 않은 점수를 차지해 출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이 기금에서 민간 기업의 출연액만 따지면 지난해 말 기준 276억 원으로 목표액(4,000억 원)의 6.9% 수준이다. 민간 기업의 출연액은 지난해 11월 특정 한 기업이 한 번에 100억 원을 투척하면서 그나마 늘게 됐다. 해당 기업이 없었다면 약 176억 원, 목표액의 4%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기업들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유도하기 위해 출연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내용을 담아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했지만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자 현 정부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업종을 지원할 협력이익공유법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늘리려 법인세 공제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상향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의 기대와 달리 민간 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익공유를 위한 출연 자체가 배임 등 불법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단체 관계자는 “이익이 코로나19로 인해 혜택을 받았는지, 더 좋은 제품을 내서인지, 수출 기업의 경우 환율 효과인지, 긴축 경영 등 효율화의 결과인지 산정할 기준이 없다”며 “이익 산정도 불확실한데 이익을 주주가 아닌 기업과 관련이 없는 곳에 보내면 재산권 침해 문제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당이 추진하는 코로나 이익공유제 관련 기금의 경우도 공기업, 나아가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금융권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야 출연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여당은 금융권을 향해 서민금융 재원에 이익을 출연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상황이다. 아울러 여당에서는 기금 마련을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투자를 활용하거나 출연 성적을 공공 입찰 평가에 반영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무역이익공유제에서 출발한 농어촌상생기금은 제도 시행 4년 만에 사실상 공공 기금으로 변질됐다”고 평가하고 “이익공유 또한 법률로 강제하거나 민간 회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구경우·김우보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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