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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도 넘은 대통령 찬양은 민주주의 적신호


5일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열린 ‘해상 풍력 단지 투자 협약식’에서 전남도청 공무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과잉 칭송하는 플래카드들을 내걸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님은 우리의 행복’ ‘문재인 너는 사슴 내 마음을 녹용’ ‘우주 최강 미남 문재인’ 등 마치 인기 아이돌 그룹을 칭찬하는 듯한 문구들로 도배됐다. 도청 직원 10여 명은 대통령이 시장으로 이동하기 전 꽃다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낯 뜨거운 찬가가 공무를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왔다니 황당하다.

여당에서 ‘문비어천가’는 일상화된 지 오래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친문 커뮤니티에서 “문 대통령을 지키는 데 선봉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달 문 대통령의 생일에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예찬하는 글을 올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00년 만의 세계사적 위기 상황에서 문 대통령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다”며 칭송 릴레이에 동참했다.

기형적인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문 대통령이 이를 방관하고 이용한 탓이 크다. 문 대통령은 2017년 3월 대선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인 ‘문빠’의 문자 폭탄 논란에 대해 “우리의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맹목적 지지자들의 패거리 정치를 경계하기는커녕 되레 부추기고 있으니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 찬양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여권이 진영 정치와 폭주 정치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위기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임기 중 과잉 칭송을 받다가 몰락한 전체주의 지도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요즘 다시 시중에 떠돌고 있다.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찬양보다는 쓴소리를 더 소중히 여기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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