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논란이 일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전면 개편된다.
HUG는 9일 정책 및 시장 환경 변화와 그간의 업계 건의사항 등을 감안해 현재 운영 중인 고분양가 심사규정 및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한다고 밝혔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지나치게 분양가가 높을 경우 자칫 다수의 미입주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HUG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 방안이다. 분양보증 리스크의 안정적 관리, 신규 분양주택의 가격 예측력 상승, 무주택자 실수요자의 비용 부담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HUG를 통해 ‘분양가 통제’를 한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다. 분양가를 정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알 수 없다는 ‘깜깜이 논란’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로 인해 민간 사업자의 주택 공급 유인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 같은 분양가 통제로 1년 내 분양이 계속되는 지역에서는 분양가가 일정 수준으로 고착돼 주변 시세와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또 상대적으로 분양이 드문 지역에서는 주변의 낮은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심사해 동일 시군구 내에서도 중심지역과의 분양가 차이가 커지는 문제도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인해 오히려 고분양가 심사기준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분양가가 더 높아지는 일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 맞는 ‘맞춤형 제도 개선’ 요구도 있었다.
HUG는 이번 조치에 따라 분양가격 산정 기준을 정비하고 심사기준을 계량화해 자의성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사기준을 공개하고 심사 절차 개선을 통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전면 개선할 방침이다.
고분양가 심사 시 주변 시세의 85~90%를 상한으로 분양가 등락에 따른 리스크 관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보증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분양가와 시세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사례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비교사업장은 분양사업장, 준공사업장 각각 1곳씩 총 2곳을 선정하도록 했다. 신규 분양이 드물고 주변 시세가 낮은 지역에서는 지역 분양가 수준을 고려해 일부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심사기준의 경우 비교사업장 선정 기준을 개선한다. 지금까지는 비교사업장 선정 시 ‘입지·단지규모·브랜드’ 등 3단계로 구분해 평가하고 보증신청 사업장과 2개 항목 이상이 유사한 단지를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했다. 앞으로는 평가 기준을 ‘입지·단지특성(단지규모+건폐율)·사업안정성(HUG 신용평가등급+시공능력평가순위)’으로 하고 주변 사업장을 각 항목별 점수로 평가해 총점 차이가 가장 적은 분양·준공사업장을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한다. 비교사업장과 비교해 분양가격을 조정할 때에도 점수차에 따라 정량적으로 조정하도록 해 심사의 자의성 우려를 최대한 배제토록 했다.
심사기준도 공개된다. 현재는 대략적인 심사 가이드라인만 공개했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심사기준을 원칙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심사기준이 공개되면 고분양가 심사 금액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심사 업무 또한 기존 HUG의 각 영업점이 담당하던 것을 HUG 본사에 설치하는 전담기구가 맡도록 개선한다. 영업점 별 심사방식의 차이로 분양가가 다르게 책정된다는 불만에 따른 조치다. 영업점은 주택사업자와의 상담 등을 전담할 예정이다.
이번에 개선하는 고분양가 심사 규정 개정안은 유예기간을 거쳐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고분양가 심사 규정은 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을 제외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보증을 받을 때 적용된다.
이재광 HUG 사장은 “이번 제도 개선은 HUG의 분양보증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분양가도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라며 “분양가가 시세에 크게 미치지 못한 지역의 경우 적절한 공급 유인으로 시세보다 분양가가 과대 산정된 지역의 경우 과열을 완화하면서 민간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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