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직장 내 성폭행 피해를 내부고발하여 해고된 재미교포 여성이 해당 회사를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성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7조와 내부고발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 직장을 고소한 재미교포 A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현재 회계법인 딜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는 A씨는 전 직장을 정식으로 고소했으며 회사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A씨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직상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직장 동료들의 괴롭힘에 시달려 왔다. A씨는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성차별 혐의로 회사를 신고하고, 국방부 감찰관실에도 내부고발자 보복 혐의로 신고했다. 신고 다음 달 그는 해고됐다. 회사는 그간 있었던 일에 관해 기밀 유지 합의서에 서명하면 6개월 치 퇴직금 등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A씨는 거절했다.
A씨는 26세이던 2013년, 친척을 만나러 서울에 왔다가 미국 연방정부 계약업체인 B사의 서울지사 면접에 합격해 문서관리 전문가로 근무했다. 하지만 직장 내 거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는 상습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 2014년 어느 날엔 술자리 이후 직장 상사가 A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A씨가 다음날 눈을 떴을 때 속옷이 거꾸로 입혀져 있었고, 상사가 집 비밀번호를 묻고 샤워기를 튼 기억만 어렴풋이 났다.
그는 서울지사 최고위 관리자인 프로그램 디렉터에게 성폭행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자신의 멘토이기도 했던 그 디렉터를 신뢰했다. 하지만 디렉터는 신고를 묵살하고 A씨를 성폭행했다. 외부미팅을 한 날 같이 택시를 타자고 하더니 회사가 '사무공간 임대업'을 할 수 있다며 A씨가 거주하는 건물을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이후 디렉터는 A씨를 방으로 밀어 넣은 뒤 성폭행했다고 A씨는 고소장에서 주장했다.
A씨는 2017년 같은 회사의 미국 버지니아 지사로 옮겼으나, 이듬해 그 디렉터로부터 자신이 버지니아 지사에 출장 왔으니 단둘이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회사 인사 담당자와 법률팀에 과거 성폭행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이후 직장 상사들이 자신을 피하거나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마감 시한을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
A씨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여성을 법적으로 지원하는 '타임스 업 법률방어기금'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WP는 밝혔다. 이 기금은 2017년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각종 성폭력 혐의가 불거지면서 전 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촉발된 이후 할리우드 스타와 인권 운동가들이 만든 단체다. 현재 250명이 넘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 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전국여성법률센터'가 2018년 1월∼2020년 4월 접수한 지원요청서 3,317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7명 이상이 해고, 업무평가 저하, 명예훼손 피소 등 보복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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