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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 사무총장 선출한 WTO, 그래도 정상화는 어렵다

인하대 교수· 국제통상학

바이든, 수차례 다자주의 언급에도

WTO는 빠져 美우선주의 지속할듯

코로나 백신 특허조정 등 성과낸다면

WTO 위상도 자연스럽게 강화될것





지난 15일 세계무역기구(WTO) 특별 일반 이사회가 제7대 사무총장으로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를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WTO 사상 최초로 여성, 아프리카 출신의 사무총장이 다음 달 1일 취임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는 오콘조이웨알라 추대에 힘을 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불복하자 유럽 및 국제사회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대선에서 다수결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측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 국제 연대를 주장하던 바이든 대통령도 WTO 사무총장 선거 결과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콘조이웨알라를 사무총장으로 인정하는 것이 트럼프 정책 지우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WTO를 지지 또는 복귀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수결을 인정한 것일 뿐 WTO 위상 강화 혹은 다자 체제의 복귀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대선 캠페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다자주의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WTO를 언급한 바 없고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간의 연대 강화를 시사했을 뿐이다.

이 점은 중국이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 25일 다보스포럼 특별 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자주의를 10여 차례 언급하면서 미국이 ‘선택적 다자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다자주의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간 연대라는 점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 정책 기조가 제대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의 연설 당일 발표된 대통령 행정 명령을 감안하면 트럼프 못지않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지속할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동안 총 40개의 대통령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 25일에는 통상 정책으로 ‘바이 아메리칸’에 서명했다. 하지만 행정 명령 자체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 결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는 전임 대통령들이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폈지만 예외를 광범위하게 인정해 미국 국민이 낸 세금이 외국으로 흘러갔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리고 이제는 미국 정부가 조달하는 상품과 서비스 전부를 ‘미국 기업과 미국 노동자’가 만든 것으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외국산을 꼭 사용해야 하는 경우 백악관에 특별 기구를 둬 이를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WTO 협정 중에 정부조달협정(GPA)이 있다. 회원국 정부가 구매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상품과 서비스 입찰을 외국 기업에도 개방함으로써 경쟁적 시장 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미국의 발상이었고 41개 WTO 회원국이 승인한 협정이다. 바이든 연설로 볼 때 이제 미국은 WTO GPA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미국이 오콘조이웨알라를 WTO 수장으로 인정한 것은 국제적 분위기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일 뿐 트럼프가 추진하던 WTO 고사(枯死) 전략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콘조이웨알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라이선스를 인정해 많은 국가들이 백신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주장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코로나19 백신은 특허 같은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되는 것이 국제 통상 규범이지만 주요국 20개국 정상회의(G20) 등에서는 인류 공공재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WTO에도 강제실시권이라는 제도가 허용돼 있지만 적정 수준의 보상 의무도 명기돼 있다.

미중 패권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으로 WTO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특허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조정하고 WTO가 선도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 시점을 앞당긴다면 WTO 위상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다. 통상 분야의 전문성 부족 비판을 받아온 신임 사무총장이 전 세계 인류가 당면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해결에 성과를 내기 바란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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