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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 해고 정당" 고용유연성 인정한 대법…노사관계 변화 예고

"무분별한 해고 양산" 근로기준법 우려 넘어서는 판결

객관적 평가, 개선기회 부여 저성과자 해고 기준으로 제시

거액 퇴직금 주는 '희망퇴직' 없어지나…노사관계 변동 예고

대법원 전경/서울경제DB




교육 및 직무 재배치, 공정한 평가 기준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저성과자 해고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노사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저성과자 해고를 인정했고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이 기존보다 폭넓고 유연한 해고 기준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 노사 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기준법에서 해고는 23조(일반해고)와 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규정돼 있다. 그동안 법원은 근로자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가’를 기준으로 해고 여부의 적법성을 판단했다. ‘사회 통념상 기준’은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심각한 비위에만 인정됐을 뿐 저성과자 해고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심지어 폭력을 행사한 경우에도 ‘쟁의행위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이유로 법적 해석에 대한 시비가 붙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가 불거졌고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6년 ‘예외적 저성과자 해고 가능’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양대 지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7년 9월 해당 지침을 폐기했다. 이후 하급심에서 저성과자 해고를 인정하는 선고가 나오더라도 상급심으로 올라갈수록 “무분별한 해고를 양산할 수 있다”며 뒤집히는 게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이 예외적으로 저성과자 해고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의 취업 규칙에 저성과자를 해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성과 평가가 객관적이었으며 △저성과 기간이 길어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재교육을 제공했는데도 근무 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저성과자 해고 기준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대법원은 “고용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를 결정할 때는 근로자의 담당 업무와 전문성 정도, 교육과 전환 배치, 회사의 개선 기회 부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상당 기간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의 근무 능력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저성과자로 평가 받은 후 해당 직원에 대해 회사가 재교육 등으로 재기의 기회를 줬는지 여부가 정당한 해고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미지투데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사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기업들은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 해고가 불가능해 거액의 퇴직금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 형태로 해고를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대법원이 규정한 인사 평가의 공정성과 직무 역량 향상 기회 제공 등 인사 시스템에 저성과자 해고 조건을 갖추는 방식으로 관련 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판결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처럼 취업 규칙에 ‘근무 성적 또는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었을 때’를 해고 사유로 명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 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과반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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