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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사회는 이익 뿐 아니라 위험도 공유한다

■위험한 나비효과

이언 골딘·마이크 마리아타산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1917~2008)는 컴퓨터를 이용해 기상 패턴을 분석하던 중 초기 설정값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져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초래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1963년 발견된 이 개념은 사소한 사건의 연쇄적 영향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으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유와 함께 ‘나비효과’로 불리게 됐다. 이후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에서도 차용된 ‘나비효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팬데믹 시대에 다시금 강력한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이언 골딘 옥스퍼드대 교수의 신간 ‘위험한 나비효과’는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해 기후 변화, 금융위기 등 전 세계가 맞닥뜨린 여러 위험들을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연결성이 유발한 나비효과와 그 위험성을 지적한다. ‘위험 공유’이자 ‘공유 충격’이기도 한 일련의 위험들은 “21세기 초연결 사회가 안고 있는 불가피한 특징”이라는 게 책의 주장이다.



1967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와 캔자스주 위치타에 사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소포를 보내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사는 사람이 소포를 건네 받으려면 ‘친구의 친구’를 몇 명 거쳐야 하는지 측정했다. 실험은 미국 대륙에 국한된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연결성을 수량화하는 획기적인 시도였고, 그 결과 평균 6명을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주제에 대한 21세기형 실험은 2011년 페이스북이 진행했다. 페이스북은 지구의 서로 다른 곳에 사는 두 사람이 연결되려면 몇 단계가 필요한지 알아내고자 전 세계 이용자 7억2,100만 명을 분석했다. 수 천 ㎞의 물리적 거리가 무색하게 ‘함께 아는 친구’ 4.7명을 거치면 두 사람이 연결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같은 글로벌 연결성의 증가를 사례로 들어 책은 팬데믹을 유발하는 슈퍼 전파자를 설명한다. “인구 증가와 여행, 나아가 동물이 상업적으로나 의도하지 않게 이동하는 경우까지 겹치면서 전염병 확산 위험이 급속하게 증가”했고 “연결은 위험할 수 있고 발병력 강한 병원균은 대개 짧은 접촉만으로도 감염되고 확산되는 특성이 있기에 비행기와 국제 여행은 질병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고 할 지경에 이른다.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갈수록 커지는 체계적 위험의 대표 사례는 ‘금융 위험’이다. 이미 우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원인으로 꼽는 뉴욕발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다. 저자들은 기술 혁신에 의한 경제 통합과 증권화로 대표되는 금융 혁신, 규제 완화가 서로 결합해 체계적 위험에 취약한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실물 경제도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 무역의 성장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국제 분업에 참여하면서 원료부터 제조까지 공급망의 대부분을 아웃소싱해 낭비는 최소화하고 효율성은 극대화 한, 도요타 생산방식의 린 경영(Lean Management)이 업계 표준이 됐다. 효율성과 다양성이 확대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임금, 낮은 세율, 관대한 규제를 갖춘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자연 재해나 테러, 팬데믹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처럼 위험이 집중돼 공급망 전반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게 된다.



또한 세계화의 신경계와도 같은 인터넷은 전력망, 송유관, 통신망 등 네트워크 제어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국가 사회기반시설의 위험으로 연결된다. 이 외에도 최근 수년 간 거듭 강조된 환경 문제와 불평등 심화가 팬데믹 위험과 더불어 주요한 ‘체계적 위험’으로 지적됐다.



연결성이 유발한 나비효과와 그 위험성을 지적한다고 해서 저자가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전 지구적 통합과 국가 간 교류가 증가해온 과정인 세계화는 역사상 인류의 진보를 이끈 가장 강력한 동인”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세계화로 인해 변화의 나비는 순수함을 잃었고, 세계화는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확산시키는 구조적 결함을 만들어냈다”고 서문을 시작한다. 체계적 위험은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에서 생겨나므로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해소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립된 사회로 역행할 수 없는 만큼 우리가 직면한 위험들의 체계적 성격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구체적인 해법으로 저자들은 위험 분산 전략, 효율성 위주의 경영 전략 재고를 제안한다. 단기적으로는 덜 효율적이고 수익이 떨어질 지언정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성장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은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모여 유발한 글로벌 대재앙이다. 국경을 초월한 이 같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형적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법과 함께 “연결성과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국제기관)”가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1만9,8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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