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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K예보모델' 강화로 대응"[서경이 만난 사람]

[서경이 만난 사람-박광석 기상청장]

   이상기후·급격한 날씨 변동성에 정확한 예보 갈수록 '난제'

   한국지형에 맞는 '2단계 수치예보모델' 2026년까지 개발

   산업·소비패턴 날씨 영향 커…관련 기관과 협업 '등대' 될 것

박광석 기상청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지난 1월은 강추위와 고온 현상이 연이어 나타나 한 달 기온 변동 폭이 전국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컸습니다. 한파와 기습 폭설에 이상고온현상까지 더해져 날씨 변동이 급격하게 나타났던 겨울이었어요.” 박광석(사진) 기상청장은 14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기후변화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날씨까지 큰 변동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청장의 얘기처럼 지난 1년은 ‘이상기후’의 연속이었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평균기온은 국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른 폭염이 찾아오더니 7월부터 긴 장마가 이어지며 중부와 제주 지역의 장마는 사상 최장 장마로 기록됐다.

이 같은 변화는 기상청에도 큰 도전이다. 정확한 예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급격한 날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청장은 “예보 능력을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예보를 잘 전달하는 것도 기상청의 일”이라며 “기후변화에 따른 날씨 변동을 기업과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대담=김정곤 사회부장 mckids@sedaily.com

박광석 기상청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박 청장은 지난해 11월 기상청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환경과 기후 정책 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해온 전문 관료다. 1990년대부터 줄곧 환경부에 근무하며 자원순환국장·자연환경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취임 5개월째를 맞은 박 청장은 “이전까지 근무했던 환경부가 정책을 만드는 곳이었다면 기상청은 정보를 생산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 업무인 만큼 정책을 집행하는 곳에 가깝다”며 “날씨 예보는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보인 데다 한 번 발표되면 되돌릴 수 없는 만큼 많이 긴장하면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기상청장 취임 전까지 환경부에서 근무해온 박 청장이라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체감도는 남다르다. 박 청장은 “기상청 직원들이 기후와 날씨를 설명할 때 자주 쓰는 비유가 있는데 기후는 사람의 ‘성격’, 날씨는 사람의 ‘기분’이라는 표현”이라며 “성격은 정형화돼 잘 바뀌지 않지만 기분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기후도 정형화·평균화돼 잘 바뀌지 않는 반면 날씨는 매일매일 변한다”고 설명했다. 박 청장은 “그런데 좀처럼 바뀌지 않는 기후 뒤에 ‘변화’라는 말이 붙었다”며 “이는 과거의 상식과 틀로 기후변화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박 청장은 기후변화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매일의 날씨는 물론 사회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기후가 변하면 당연히 날씨도 변한다”며 “속출하는 이상기상 현상들은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후 변동성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상기상 현상들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지난해 북극 시베리아의 최고기온이 38도를 기록하며 한국·중국·일본 등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시베리아 고온 현상으로 대기 정체가 발생해 장마철도 길게 이어졌다. 올겨울 미국은 본토의 70% 이상이 눈으로 덮였고 대만에서는 북극발 한파로 100명 이상 사망했다.

박 청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산업의 대응, 도시 인프라의 선제적 관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여러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산업적으로는 기후가 바뀌면 특정 작물 생산에 적합한 지역도 달라지고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 관리적 측면에서는 단기간 집중호우를 뜻하는 ‘극한 강수’가 더 심해질 것을 대비해 배수 시설을 보강할 수도 있고 태풍이나 지진 빈도를 고려해 건물 설계를 달리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다 보니 시급성과 심각성이 덜 느껴질 수 있는데 도시 인프라는 쉽게 바꾸기 어려운 만큼 미리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이 1월 ‘한반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발표한 것도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하자는 취지다. 기상청은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량을 지속할 때(고탄소 시나리오)와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때(저탄소 시나리오) 한반도 기후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했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오는 2081~2100년의 한반도 기온이 7도까지 상승하지만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같은 기간 기온이 2.6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극한기후 현상도 탄소 배출량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후반 폭염에 해당하는 ‘온난일’이 지금보다 4배 늘어 93.4일에 이르고 집중호우에 해당하는 ‘극한 강수일’이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저탄소 시나리오에서 온난일은 2배(37.9일) 증가, 극한 강수일은 9% 늘어나는 것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박 청장은 “시나리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기후변화는 원인을 제공한 세대와 영향을 받는 세대가 아예 다르다”며 “이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이 도출한 시나리오는 모든 행정기관의 기후변화 완화·적응 정책 수립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또 올해 11월 남한 지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발표해 시·군·구별 기후변화 적응 대책 수립을 지원한다.

기후변화의 거센 파도를 앞두고 박 청장이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기상청 본연의 역할인 ‘예보 능력 강화’다. 기후변화로 빈번해지는 이상기상 현상들은 날씨를 정확하게 예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날씨 예보는 관측값, 수치 모델 등을 토대로 예보관들이 현재의 상황과 과거 날씨를 분석하는데 날씨를 결정짓는 주변 기압계가 전례가 없는 패턴을 보이면 예보도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기상청이 한국형 수치 예보 모델 ‘KIM(Korea Integrated Model)’을 개발해 운영 중인 것은 고무적이다. 박 청장은 “정확한 기상예보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현재의 날씨 정보가 어떤지 말해주는 실황 관측 자료, 둘째는 성능 좋은 수치 예보 모델, 셋째는 예보관의 역량”이라며 “세 가지가 서로 연계돼 있어 하나라도 모자라면 예보력이 하향 평준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래 쓰던 영국과 유럽연합(EU) 수치 예보 모델은 우리나라 지형에 잘 맞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 동안 KIM을 개발해 지난해 4월부터 현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모델을 갖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를 포함해 9개국뿐”이라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KIM의 정확도 등을 개선하는 2단계 개발 사업을 2026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박 청장은 “처음에 KIM을 개발했을 때 외국에서는 ‘9년 만에 독자 모델을 만들었느냐’는 놀라움도 있었다고 한다”며 “한국형 모델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국가도 있는 만큼 2단계 개발 사업이 끝나면 KIM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청장은 예보관의 역할도 강조했다. 현재 기상청에는 120명 내외의 예보관들이 근무한다. 30여 명씩 4개 팀으로 나뉘어 주간과 야간을 돌아가며 근무한다. 박 청장은 “예보관은 기상청 업무의 상징”이라며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직 공무원 제도와 수준별 예보관 교육 훈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직 공무원 제도는 전문성과 장기 재직이 필요한 분야의 경우 특정 부서나 팀에서 계속 근무하는 방식이다.

박 청장은 “예보관들이 정확한 예보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임하지만 예보와 관련된 이슈가 워낙 많아 힘들어할 때도 있다”며 “2교대로 돌아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퇴근하고 나서도 예보 결과가 잘 맞는지, 제대로 활용됐는지에 대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장으로서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상태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업무에 날씨 정보가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 기관들과의 협업에도 힘쓸 계획이다. 박 청장은 “정보의 가치는 의사 결정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기관들에 다양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 청장은 “예를 들면 에너지 관리 분야에서는 냉난방 수요가 커지면 전력 수요도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에 기상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수”라며 “홍수통제소도 여름철 홍수와 물 관리를 위해 기상정보를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관계 기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상세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장마철 물 관리 유관 기관의 특성에 특화된 정보 제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올해도 소통과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박 청장은 “기후변화로 예보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상청은 정확한 예보를 위해 매진하는 것이 숙명 그 자체”라며 “기상청이 내놓는 기상정보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한다고도 생각한다. 미래가 바뀌면 개인과 사회의 의사 결정도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상청이 믿음직한 등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사진=오승현 기자

◇He is··· △1967년 경기 광주 △1986년 동북고 △1990년 서울대 정치학과 △1998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2011년 환경부 기획조정실 기획재정담당관 △2013년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2015년 환경부 환경정책실 환경정책관 △2017년 대통령정책실 사회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 △2018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2020년~ 기상청장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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