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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

양종곤 사회부 기자





“검찰은 수사(搜査)로 말한다.”

검찰을 출입한 지 일주일이 지난 기자는 들은 걸 잊고, 본 걸 잊는 실수투성이다. 검찰 취재 첫날 선배 기자가 가르쳐준 ‘격언’ 하나만 믿고 오늘도 지하철 2호선 서초역 7번 출구 계단을 오른다. 선배는 “검찰은 수사로 말한다”며 수사를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검사는 범죄의 혐의 유무를 밝히는 수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배웠다. 검사는 정의롭다는 말도 많이 듣고 영화도 꽤 많이 봤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서초동에서 지내고 보니 수사(搜査)를 잘 못 찾겠다. 수사는 맞는데 자세히 보면 수사(搜査)보다 ‘말을 꾸민다’는 뜻의 수사(修辭)인 것 같아 헛갈린다. 여권의 날 선 정치적 수사(修辭)가 지금 검찰에 한 몸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모해위증 의혹 사건이 단적인 예다. 검찰의 1차 불기소 판단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절차대로 재심의하도록 했고 2차 결론도 불기소로 판가름 났다. 하지만 여권은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했다’며 검찰 판단을 다시 불신한다. 이런 식으로 사건도, 사건을 맡은 검사도 정치권의 판단에 따라 갈린다. 이쯤 되면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를 멈추지 않는 것은 무모한 오기다.



이는 그동안 여권이 검찰의 ‘말’을 가로챈 결과다. 지난 2015년 임명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10년 만의 대구·경북(TK) 출신’이었다. 윤석열 전 총장도 청와대와 여당이 미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기를 든 ‘반역자’라는 낙인이 여권 지지 단체에서 나왔다. 결국 임기 초반 여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윤 전 총장은 임기 후반에는 ‘정치를 한다’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조직 수장의 부침이 심하면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로 치면 수사가 흔들리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새로운 총장을 뽑는다. ‘권력에 맞서 싸우라’고 가르친 선배 검사가 후배 검사 앞에 권력으로 등장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여권은 이제라도 검찰의 ‘말’을 돌려줘야 한다.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

/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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