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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 로봇 친구'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민음사 펴냄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민음사 펴냄)’이 국내에 정식 출간 됐다.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내놓은 이 작품은 지난 달 초 영국에서 제일 먼저 소개됐고, 현재 판권이 선계약된 전세계 30개국에서 속속 번역 출간되고 있다. 작가의 신작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책은 영국과 호주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영화화를 위한 판권도 이미 소니 픽처스에 팔린 상태다.

소설의 배경은 현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미국 어느 지역이다. 인공지능(AI), 유전자 편집 등 첨단 과학 기술이 상용화했지만, 이는 세상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계급 격차를 만들어 냈다. 사람들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미래 세상에선 학교 시스템도 구식이 됐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홀로 원격 수업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사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부모들이 일부러 모임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발명품을 고안해 낸다. 외로운 아이들 곁에서 친구 역할을 해 주는 인공지능 로봇, AF(Artificial Friend)다.

소녀형 AF 클라라는 매장 쇼윈도에 앉아 세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스스로 학습하면서 자신을 데리고 갈 아이를 매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클라라의 바람대로 다른 AF가 아닌 오직 클라라 만을 간절히 원하는 소녀, 조시가 찾아 오고 클라라는 조시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소설 속 AF들은 똑같이 대량으로 만들어진 공산품이 아니다. 이들은 애초 설계될 때부터 고유의 특징을 가지며, 인간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학습을 하고 자체 업그레이드 된다. 클라라는 소통과 감정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AF로, 마음 속 감정의 방이 아주 많은 인간들을 이해하려 애쓴다.



클라라는 AF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인간됨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찰한다. 사랑과 헌신, 희생과 고독 같은 추상적 감정에 계속해서 다가간다.

소설은 쓸쓸한 듯 따뜻하다. 클라라 때문에 웃고 클라라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 슬픔이 차오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1인칭 화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영문학 거장의 필력에 새삼 감탄하고 감동하게 된다. 1만7,0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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