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이 있으면 뭐든지 물어 봐라. 아니 내가 절대로 답변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하라. 그 학생에게는 축복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나는 극단적인 도발장을 학생들에게 날렸다. 그랬더니, 4인 1조의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저 교만한 교수를 골려 줄 것인지 머리를 싸매고 어려운 질문을 찾아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세가지 질문 중 첫째는 “살기 위해서 먹는 겁니까, 먹기 위해서 사는 겁니까”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삶의 의미를 거꾸로 본 것이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둘째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말했다. 둘 다 소크라테스에게서 영감을 얻어 답한 것이다.
가장 압권은 세번째 질문이다. “닭이 먼저입니까, 달걀이 먼저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야, 왜 그런 질문을 하냐? 그건 철학적이지 않은 질문이다. 생물학 시간에나 물어보지 그래”였다. 결국 나는 그 질문에 답을 못한 것이다. 내가 졌다. 더 창피한 것은 내가 그 질문의 철학적 의미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사실 어떤 질문도 철학적일 수 있다. 그 철학적 의미는 “먼저 있는 것이 중요한가, 중요한 것이 먼저 있는 것인가”이다. 조직에 먼저 들어 온 사람이 중요 인사가 아니라, 중요한 사람이 먼저 있어야 한다. 어릴 때 불렀던 동요 중에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문 앞에서 기다리신다’ 라는 가사가 늘 의문스러웠다. 왜 학생이 먼저 와서 기다리지 않고 선생님이 먼저 와 계실까.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학생이 먼저인가, 선생이 먼저인가.’ 이 질문의 답은 ‘학생이 없으면 선생도 없다’이다. 어느 선배 교수가 가슴 깊이 새기라고 해 준 말이다. 공감한다. 배우겠다는 학생이 없으면 선생이 설 땅은 없다. ‘부하가 없으면 리더도 없다.’ 이 역시 진리다. “나를 따르라”고 외쳤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이 사람은 리더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당연한 말이다. 자식이 없으면 부모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분석해 보자. 학생은 왜 학교에 모이는가. 좋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고 싶어서다. 좋은 선생님이 없으면 좋은 학생이 오질 않는다. 좋은 리더 밑에 부하들이 따르는 이유는 자신을 리더로 만들어 줄 리더를 따르고 싶기 때문이다. 훌륭한 사람으로 크기 위해서 좋은 부모 밑에서 가정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비앤비는 빌딩 하나 소유하지 않고도 호텔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공룡이 됐다. 그들의 첫번째 고민은 ‘숙박객이 먼저인가, 집주인이 먼저인가’이다. 답은 ‘집주인을 먼저 모아라’였다. 그러면 그들은 어떻게 좋은 집을 제공할 집주인을 모집했을까.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팜플랫을 뿌렸다. 그리고 직접 집주인들과 면담 신청하고 설득했다. 숙박객 모집은 디지털, 집주인 모집은 아날로그 방식! 플랫폼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출발한다. 우버도 마찬가지다. 우버는 자동차 한 대 소유하지 않은 채 택시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때 어떤 고민을 했을까. 초창기 시절 우버가 던진 질문은 ‘고객이 먼저인가, 기사가 먼저인가’였다. 답은 ‘기사가 먼저’다. 좋은 택시 기사가 없다면 어느 누가 이용하려고 하겠는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는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가를 알아내면 저절로 나온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 스티브 코비 박사의 충고다.
나는 미국 유학 시절에 ‘별의 순간’을 두 번 목격했다. 한 학과의 전국 등수가 10위 권 밖으로 밀려 나자 총장이 학과장에게 경고를 줬다. 계속된 경고에도 10위권 재진입에 실패하자 극단적 조치를 취한다. 과를 없애 버렸다. 별이 소멸하는 순간을 본 것이다. 또 다른 사건은 컴퓨터 학과를 신설하는 과정이다. 인접학과 교수들을 총장이 소집해 설립위원회를 만들었다. 전국에 있는 컴퓨터학과 교수들에게 초청장을 보내 거대한 학술회의를 일주일 동안 열었다. 참가 교수들에게 신설학과에 참여할 의사를 물었다. 그리고는 일급 교수들을 스카웃해 과를 만들었다. 3년 뒤에 대학원생 뽑고, 그 뒤에 또 학부생들 뽑았다. 출범하면서 바로 전국 랭킹 10위안에 들어갔다. 별이 탄생하는 순간을 봤다. 좋은 선생이 좋은 학생을 모은다.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하라. 이게 바로 타이밍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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