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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로마 성공의 키워드, 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을 정도로 로마의 도로망은 역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중해를 둘러싼 거의 모든 국가와 북부 아프리카까지 점령한 로마의 도로망은 성공한 도시의 키워드가 됐다. 로마뿐 아니라 역사의 지배자들은 길의 중요성을 이미 간파했다. 인류문명의 동서 간 통로였던 실크로드로 고대 중국과 유럽이 큰 번영을 누렸으며, 미국의 대륙횡단철도가 황무지였던 서부 대개발을 가능하게 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

이런 역사가 증명하듯 교통이 편리해야 사람들이 모이고 도시가 성장할 수 있다. 필자가 울산광역시장을 할 때도 이런 신념으로 도로망 확충에 전력을 다했었다. 울산대교 개통, 오토밸리로 개설, 이예로 개설, 산업로 확장 등 땅길 뿐만 아니라 울산공항 신규노선 취항 등 하늘길도 확충해 교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원활한 물류수송을 가능하게 하려고 힘을 썼다.이렇듯 교통망은 도시와 국가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본조건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에 의하면 교통망 확충 필요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현재적 혼잡도’를 거의 유일한 지표로 여긴다. 미래를 위한 전망이나 수도권·비수도권 간 균형 발전 같은 요소는 백안시 되고 있는 것이다. 비수도권의 경우 인구밀도가 수도권에 비하여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비수도권에서 장래 도로가 필요하다고 보이는 곳임에도 중앙정부가 현재적 혼잡도가 낮다는 이유로 도로 건설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떠나 도시가 쇠락한다.



결국 교통이 비교적 편리한 수도권으로 인구가 더욱 밀집되어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수도권에 도로 개설 예산을 또다시 추가 배정하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필연적으로 비수도권, 특히 중소도시의 황폐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실제로 작년 9월 기준, 지난 3년간 전국 12개 광역시·도에서 인구 59만 명이 줄고, 경기도는 무려 56만 명이 늘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폴 콜리어 교수는 저서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번영한 대도시와 낙후한 지방 사이의 극심한 불평등이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방소멸의 단계로 접어들어 그 정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교통인프라 패러다임을 ‘현재가치’에서 ‘미래가치’로 바꿔야 한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악순환을 끊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경제·일자리·교육·문화가 발전해 왔던 역사의 교훈을 곱씹어 볼 때이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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