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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2.0] “정약용의 상소 문구가 저의 '소울 스팟'이 됐죠”

윤석호 강진다산실학연구원 교수

‘고인돌 2.0’ 프로그램 통해

서울 도선고 학생들 상대로

정약용 삶 되새기는 시간 가져

윤석호 강진다산실학연구원 용운연구교수가 지난 5일 서울 도선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격 강의에서 다산 정신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상경제연구원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자신을 둘러싼 엄중한 탄압에 맞딱드리면서, 관직을 그만두고 낙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때 다산은 관직을 사영하기 위해 정조에게 ‘사형조참의소(辭刑曹參議疏)’라는 상소를 올리는데요. 글은 다음의 문구로 끝을 맺습니다. ‘종이를 대하매, 눈물이 쏟아져서 말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은 감당할 길이 없습니다.’ 정약용은 자신을 아끼는 정조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것입니다. 이 구절은 저의 ‘소울 스팟’입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이 구절을 되새기며 내가 가진 고민들을 객관화합니다.”

윤석호 강진다산실학연구원 용운연구교수는 지난 5일 서울 도선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격 강의에서 다산 정신의 의미를 몇 번이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쓴 500여권의 책을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백성을 사랑하는 다산의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산의 애민정신은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인들도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정약용, 삶에 비추다’를 주제로 동대문도서관이 마련한 이번 강좌는 ‘고인돌 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 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 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를 연계한 활동을 강화했다. 역사,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한 올해 제 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계획이다.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날 수업은 총 4강으로 구성된 ‘정약용, 삶에 비추다’ 강의의 두 번째 시간으로 정약용이 유배가기 전까지의 삶에 초점을 뒀다. 정약용은 18년에 이르는 유배기간 동안 500권이 넘는 책을 썼다. 이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윤 교수는 ‘이계심 사건’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이계심은 조선 후기 곡산지역의 백성이다. 당시 곡산 백성들은 곡산부사의 가혹한 세금 징수로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이계심은 농민 1,000여명을 이끌고 관아에 가서 이를 호소했다. 관아에서 형벌을 내리려 하자 이계심을 비롯한 농민들은 모두 몸을 숨겼다. 이후 정약용이 곡산부사로 임명을 받는다. 정약용이 곡산 땅에 들어서자 이계심은 길을 막고 백성들의 억울한 사연 10여 가지를 기록한 글을 올린다. 정약용은 이계심을 관아로 불렀다. “너로 인해 부정부패가 드러났다. 너와 같이 항의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관이 밝은 정치를 할 수 있다”며 정약용은 주동자였던 이계심을 처벌하는 대신 방면했다.

윤 교수는 “역사적 인물은 지나간 시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여러분도 거기에서 교훈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강의를 준비한 동대문도서관의 신미정 사서는 “원격 강의라 학생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아쉽지만 강의 중 심도 있는 질문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보니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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