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9일 환경 규제 위반을 이유로 억류했던 한국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돌연 석 달 만에 억류 해제했다. 미국과 이란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을 재개하면서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해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건 없는’ 석방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케미호는 현지 행정절차를 마친 후 우리 시각 오전 10시 20분(현지 시각 오전 5시 50분) 출항했다”며 “선장 및 선원들의 건강은 양호하며 화물 등 선박의 제반 상황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월 4일 환경오염을 빌미로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들은 국내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 70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를 나포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란이 2010년부터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지만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JCPOA를 탈퇴하면서 해당 계좌가 동결됐기 때문이다.
이란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선박을 억류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이달 6일 JCPOA 협상을 재개하면서 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 대금을 일부 해제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JCPOA 복귀와 제재 해제를 위한 워킹그룹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엔리케 모라 공동위원회 위원장은 회의 직후 트위터를 통해 “회의가 건설적이었다”고 전한 가운데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건강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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