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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국립행정학교, 결국 졸업생 마크롱 손에 폐교

佛대통령만 4명 배출 엘리트 교육기관

설립 전부터 "특권층 전유물" 비판

팬데믹으로 지지율 떨어지자 '결단'

'다양성 우선' 새 기관 내년 ISP 설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FP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만 4명이나 배출한 소수정예 교육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특권층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에도 꿋꿋이 살아남았던 ENA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졸업생’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손에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8일(현지 시간) 프랑스24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ENA를 폐지하고 다양성을 우선하는 ‘공공서비스연구소(ISP)’라는 새로운 기관을 2022년에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9년 ENA 폐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시기와 방법까지 한층 구체화한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ENA는 엘리트 교육기관 그랑제콜 중 정치·행정에 초점을 맞춘 우리나라의 대학원 개념이다. 2년간의 교육을 이수한 뒤 졸업하면 성적에 맞춰 원하는 정부 부처에서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하게 된다. 일반 공무원이 30년 넘게 일해야 오를 수 있는 고위 공무원 자리를 만 25세쯤에 꿰차게 되는 것이다. 이런 ‘파격 혜택’에 ENA는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전 대통령과 마크롱 등 프랑스 대통령만 4명을 배출했다. 콩고와 이집트 대통령도 나왔다.

하지만 ENA는 탄생 전부터 ‘불평등의 상징’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재건을 위해 특수교육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공적 업무를 수행할 지도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평준화 대학이 더 적합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우려대로 ENA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매년 약 80명에 불과한 입학생 중 특권층 출신의 비중은 70% 이상이며 단 1%만 노동자 계급의 부모를 두고 있다. 고소득 부모를 가진 학생이 저소득층 학생보다 ENA에 입학할 확률이 12배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전경./AP연합뉴스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발해 반(反)정부·엘리트 시위로 번진 노란 조끼 시위가 ENA 폐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일련의 개혁 정책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ENA 폐지였다. 팬데믹 관리 실패로 지지율이 36%로 떨어지는 등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이 다시 거세지자 마크롱 대통령이 또다시 ENA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의 개인 경험도 ENA 폐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의 ENA 동기들은 2004년 졸업 당시 ENA의 교육 내용이 특별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서명운동을 조직한 바 있다. 당시 서명운동에 참여한 올리비에 벡트 프랑스 의원은 ‘ENA 같은 교육과정은 쓸모가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ENA 학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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