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밤 세종문화회관의 예술 아카데미. 뮤지컬 배우 아이비와 김호영이 조금은 특별한 공연을 펼쳤다. 두 사람은 화려한 무대 의상과 분장은 없었지만, 20여 명의 사람들 앞에서 뮤지컬 영화 ‘알라딘’ 주제곡인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를 부르며 아름다운 화음을 빚어냈다. 수줍게 손가락과 고개를 움직이며 함께 리듬을 타는 관객들은 세종문화회관이 마련한 문화예술 심화 강좌 ‘ACE’를 수강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교수, 회계사, 의사 등 각계의 리더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10주에 걸쳐 뮤지컬 지식과 감상법, 연기·노래 실습부터 업계 이야기까지 뮤지컬의 모든 것에 관한 강연을 듣는다. 첫회인 이날은 뮤지컬 ‘시카고’, ‘맘마미아’, ‘아이다’, ‘빌리 엘리어트’ 등을 제작한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 프로듀서가 강연자로 나섰다. 멋진 공연으로 시작을 알린 아이비와 김호영은 신시컴퍼니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의 첫 강의는 뮤지컬에 대한 ‘환상’이 아닌 ‘냉철한 현실 진단’이었다. 그는 “무대에 오르는 작품 편수만 보면 한국이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일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아직 뮤지컬 생산국보다는 수입국에 가깝다”고 말했다. 해외 작품의 국내 라이선스 공연을 통한 오리지널 제작사 스태프와의 협업, 배우 및 관련 인력의 성장과 같은 선순환은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게 박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세계적인 작품을 가져올 때 프로듀서들이 로열티를 올려가며 유치 경쟁을 펼쳤을 뿐, 인재 발굴에는 신경 쓰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인재를 육성해야 뮤지컬 생산 노하우를 쌓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휴식 시간에도 박 대표를 향한 질문이 이어졌다. 평소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는 장대철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뮤지컬 시장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강의는 한진섭 서울시뮤지컬단 단장과 박병성 월간 더뮤지컬 국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프로듀서,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 프로듀서,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 ,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 윤홍선 에이콤 대표, 예주열 CJENM 공연사업부장,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프로듀서가 맡는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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