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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시대, 음악산업은 공평해졌나

■로코노믹스(ROCKONOMICS)

앨런 크루거 지음, 비씽크 펴냄

기술발전으로 진입비용 감소 불구

슈퍼스타 쏠림 등 불평등 심화

상위 5% 소득, 하위 95%의 6배

스트리밍이 바꾼 피처링 문화 등

경제학적 시선으로 음악산업 분석





“1980년에는 스웨덴 팝 그룹 아바가 ‘더 위너 테익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을 히트시켰다. 그 해는 경제적 불평등의 전환점이 되는 해였다. 1980년 이후 전체 소득 증가분의 100% 이상이 상위 10%에게 돌아갔고, 전체 소득 이익의 3분의 2가 상위 1%에게 돌아갔다.”

세계 경제는 아바의 노래 제목처럼 ‘승자 독식’이 됐다. 소수의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기는 음악 산업의 슈퍼스타도 마찬가지다. 19세기 후반에 일명 ‘슈퍼스타 경제학’을 처음 쓴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1842~1924)은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였던 엘리자베스 빌링턴의 사례에서 출발해 슈퍼스타 기업가와 다른 기업가의 소득격차 확대를 설명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50인에 선정된 앨런 크루거는 마셜의 시대와 달라진 음악 시장의 기술적 환경, 즉 스피커·마이크·디지털 녹음·스트리밍 미디어·대형 비디오 스크린 등을 고려해 무엇이 변했는지 짚었다. 1801년 빌링턴이 벌어들인 1만5,000파운드의 수입은 엄청난 것이었지만 2017년 ‘포브스’가 추정한 비욘세의 수입 1억500만 달러에 비하면 한참 적은 금액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뮤지션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사실상 무한하게 많은 청중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됐고, 노래를 청중에게 보급하기 위한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

음악 제작 기술이 발전하고 진입 비용은 낮아졌지만, 음악산업의 불평등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비욘세가 수입 1위를 거두던 그 해 상위 0.1%의 아티스트들이 전체 앨범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982년에는 상위 1%가 콘서트 수입의 26%를 가져갔지만 2017년에는 60%를 차지했다. 상위 5% 뮤지션들은 하위 95%의 총 수입보다 6배 많은 돈을 쓸어갔다.

불평등 심화가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을 낮춘다는 ‘위대한 개츠비 곡선’ 개념으로 최저임금 논쟁을 촉발시킨 전설적 경제학자 크루거는 책 ‘로코노믹스’에서 콘텐츠 산업 중에서도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음악산업을 통해 경제학의 주요 이슈들을 파헤친다.



알게 모르게 경제학은 음악에 깊숙이 파고든다. 아티스트 간의 컬래버레이션 사례를 살펴 보자. 2017년 세계적인 스타인 저스틴 비버는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초대 손님인 비버가 곡의 앞부분에 등장한다. 다른 피처링 곡에서도 슈퍼스타는 대체로 처음 30초 이내에 등장한다. 저자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최소 30초 동안 스트리밍 하는 곡에 대해서만 저작권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당연한 결과”라며 “경제적 보상 시스템이 곡을 작곡하고 공연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책은 음악 산업의 이면을 살펴보면서 정리한 7가지 경제적 교훈을 토대로 구성됐다. 물론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중요하며, 슈퍼스타 시장이기에 규모(Scale)와 대체 불가능성이 중요한 요소다. 행운의 위력이 분명 존재하고, 라이브공연이나 아티스트 상품이 필요하다. 저자는 콘서트 좌석마다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가격 차별화, 과도하지 않은 투자와 비용 절감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책은 또 음악 산업 내 수많은 노동자들에 관심을 가졌고, 월드스타 탄생과 함께 부각된 ‘자국 편향’ 문제를 지적하고,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지닌 중국 음악 시장을 분석했다. 가장 매혹적인 것은 ‘음악의 가치’를 언급하는 마지막 장이다. 저자는 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음악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하면서 “음악은 경험 경제”라고 강조한다. 행복감은 물리적 재화의 양이 아니라 경험·가정·건강·개인적 가치관의 성취에서 오기 때문이다.

“음악은 경험을 개선하고 기억을 강화하고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아주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형성하게 해주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 것이 경제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 논리를 음악 외의 다른 예술분야로 확장할 수 있을까? 답을 알려줄 저자는 이 책의 현지 출간을 앞둔 지난 2019년 3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록(Rock)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책 ‘로코노믹스’는 크루거의 마지막 저서가 됐다. 1만8,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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