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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2.0] “비바람 막아줄 모자 푹 눌러쓰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보세요”

구로도서관이 마련한

한현숙 박사의 ‘자아의 발견-Who are you’

서울 관악고등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문학작품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 가져

한현숙 중앙대 영문학 강사가 지난 13일 서울 관악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담긴 자아성찰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13일 서울 관악고등학교 학생 50여명이 온라인 공간에 모였다. 구로도서관이 ‘자아의 발견-Who are you’를 주제로 마련한 특별 강좌를 듣기 위해서였다. 해당 강좌는 문학작품을 자아와 연결해 해석하는 시간으로 한현숙 중앙대 영문학 강사(영문학 박사)가 강의를 맡았다. 이날은 총 3회로 구성된 강의중 두 번째 시간으로 J.D 샐린저(1919~2010)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1951)’을 통해 자아성찰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한 박사는 본격적인 내용 설명에 앞서 ‘호밀밭의 파수꾼’ 출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당시 작가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완성하고 출판사를 찾아다녔지만 하나 같이 거절당했다. 이유는 소설의 주인공은 대중들의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 홀든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부정적이고 자아가 강한 아이는 실재하지 않다는 게 출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출판사를 만나 책을 시장에 내놓은 샐린저는 일약스타덤에 올랐다. 서점마다 이 책을 사기 위한 긴 줄이 생겼고 샐린저의 집까지 찾아온 팬들은 하나같이 주인공이 자신과 너무 닮았다고 말했다.

도대체 주인공 홀든은 어떤 인물이었기에 당시 젊은이들의 공감을 샀을까. 한 박사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요 내용을 하나씩 짚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 홀든이 세 번째로 옮긴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뉴욕 거리를 헤매는 3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홀든에게 비친 어른들의 세계는 거짓과 위선, 탐욕으로 가득차 있다. 거리를 헤매는 3일간 홀든은 겉으로는 허세를 부리지만 실상은 두렵고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자기를 제대로 위로해 줄 친구도 어른도 없다. 홀든의 눈에 그들은 모두 가식덩어리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홀든의 꿈은 변호사도 과학자도 아닌 호밀밭에서 노는 아이들이 위험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일이 없게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 것이다.



한 박사는 “순수한 아이들만 있는 호밀밭의 공간을 지키는 게 유일한 꿈인 홀든의 모습에서 그가 ‘순수성’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홀든은 자신도 어른들처럼 순수성을 잃어 버리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홀든은 공평하지 못한 세상과 위선적인 어른들만 탓했지 실상 변화가 두려워 방어적으로 행동하고 회피하는 자신의 문제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 것이다.

구로도서관이 마련한 이번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내용 분석을 마친 한 박사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홀든의 행동에 공감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자신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며 “자신과의 소통이 안 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설에서 주인공 홀든이 늘 푹 눌러쓰고 다니는 빨간 사냥모자는 자신이 싫어하는 세계에 대한 저항과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 한 박사는 학생들에게 “때론 길이 없어 보이지만 삶의 한 과정이고 분명 길이 있다”며 “여러분도 차가운 바람과 빗줄기를 막아줄 모자하나 푹 눌러 쓰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인돌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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