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대만해협 안정 유지’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반발 강도는 지난 4월 미일정상회담에서의 대만 언급 때보다 약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오후 외교부에서 진행한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언급된)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며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에 관한 문제다. 어떤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오 대변인은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는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므로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미 양국은 22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는데 한미 양국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성명은 또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자오 대변인이 밝힌 중국 정부의 입장은 지난달 미일정상회담 때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미일 공동성명에서는 대만 문제 외에도 홍콩과 신장위구르·티베트·남중국해·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도 거론됐는데 당시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고 국제 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청와대 역시 중국 측의 반발 강도가 비교적 낮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발표하는 입장은 기존의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 후 중국이 발표한 입장이나, 여타국 발표에 대해 중국이 발표하는 입장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한중 간 원활한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미 관계의 지평선이 경제 동맹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의 우려 섞인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과는 평소에도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가져오고 있다”며 “주한 중국대사관,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한 상시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은 외교안보의 근간이고 평화 부문의 핵심 축이고 중국은 최대의 교역 파트너이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외교의 무게 추가 미국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오자 두 나라 모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허세민 기자 chsm@sedaily.com,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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