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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나는 마늘 먹는 곰…내 페이스 대로 간다"(종합)

■ 본지, 윤석열 평전 ‘별의 순간은 오는가’ 입수

尹 지인 "조국 수사, 文정부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충심서 비롯된 것"

작가 "尹은 국회정치 피해자지만, 국회로 말미암아 시민의 자유 지켜진다 믿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내 페이스대로 갈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들이 윤 전 총장에게 검사 시절 처리한 국정원 댓글 수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적폐 수사 등이 나중에 정치 논쟁이 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고 묻자 돌아왔다는 대답이다.

17일 서울경제가 이날 출간하는 천준(필명) 작가의 윤석열 평전 ‘별의 순간은 오는가-윤석열의 어제, 오늘과 내일’(서울문화사 펴냄)을 입수해 살펴보니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천 작가는 이를 본인이 윤 전 총장과의 소통 창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받은 메시지라고 소개했다.

또 천 작가는 당시 검찰총장 사퇴 상태이던 윤 전 총장 측으로부터 “나는 동굴 속에서 마늘만 먹으며 인간이 되기를 기다리는 곰”라는 메시지도 받았다고 전했다.

천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윤 전 총장의) 대학시절 지인이나 오랫동안 윤석열을 취재해왔던 언론인, 검찰 업무를 함께했던 인물 그리고 친인척 등을 두루 취재했다”고 설명했다.

천 작가의 지인이자 윤 전 총장의 측근인 한 사람은 윤 전 총장에 대해 "3김(金) 이래 최초로 스타이자 프로듀서를 지향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또 “조국 수사는 문재인 정부가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충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윤 전 총장의 지인들의 말도 소개했다.

천 작가는 취재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소신이 “검찰은 사회안보 인프라”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천 작가는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소신을 “만약 검찰이 수사마저 하지 못하고 공소권 유지만 하는 기관으로 전락한다면, 거액을 들여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거악들은 빠져나가기 쉬워진다는 것”이라며 “그때 경제 정의는 혼탁해질 수밖에 없고, 피해는 전부 서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천 작가는 윤 전 총장이 원숙한 의회민주주의 기능을 중시한다고 봤다. 그는 “(윤 전 총장) 그 자신이 자극적인 국회 정치의 피해자지만, 그 국회로 말미암아 진정한 시민의 자유가 지켜질 수 있음을 믿는다”고 썼다.

윤 전 총장이 언론의 역할을 매우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천 작가는 윤 전 총장이 “내부 고발과 사실에 의한 문제제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채널로서 언론이 더욱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석열 자신도 언론의 힘이 작동해 오피니언 리더로 살아왔음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윤석열 동창 “尹, 입대하는 선배 위로차 머리 빡빡 깎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대 법대 졸업사진./사진=열지대 카페·밴드 제공


윤 전 총장이 서울대 법대에 재학하던 시절 군대에 가는 선배를 위로하기 위해 같이 머리를 깎았다는 일화가 소개됐다.

윤 전 총장은 서울대 재학 시절 군대에 가기 전 극도의 상심에 빠진 선배를 위로하기 위해 같이 머리를 빡빡 깎은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기준으로 심한 부동시를 갖고 있어서 병역을 면제받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는 윤 전 총장이 “빡빡머리는 인상이 좋지 않다”며 별로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 에피소드라고 천 작가는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자기만의 삶을 살아보려고 하는 묘한 인상”이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천 작가에게 “20대의 그에게는 도력이 있는 스님의 만행 같은 느낌이 있었다. 흔한 청년기의 방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고시에 온몸을 바쳐 열중하는 모습도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만행은 사원에 틀어박혀 기도·독경·참선을 하는 정행의 반대 개념이다.

윤 전 총장의 친구들은 윤 전 총장이 자신만의 표현 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이고, 남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천 작가는 “(윤 전 총장은) 한마디로 ‘주체적인 인간’이라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또 윤 전 총장은 고시 공부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친구들과 토론하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도서관에서 잠시 쉬면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에는 대화가 2~3시간씩 이어졌다고 천 작가는 전했다. 윤 전 총장은 9수만에 고시에 합격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석동현 전 검사장은 천 작가에게 “일단 달변이면서 다변이다. 그런데 많은 말을 하는 와중에도 나름 어록이라고 할 만한 구절들이 있다”며 “그것은 어디에서 읽었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고, 가르쳐준 것을 외운다고 해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유의 깊이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윤석열 본인만의 언어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측근 “尹 ‘최순실 특검’ 참여 내켜하지 않았다”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과 파견 검사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의 하마평에 오르자 내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당시 자신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로 거론되자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에 가장 먼저 상처를 낸 인물이 나인데, 또 다시 정권 겨냥 수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이었다는 게 천 작가가 들은 전언이다. 다만 이후 윤 전 총장은 검사 선배인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수사팀장을 부탁받아 특검에 합류한 바 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항명 논란’에 휩싸여 좌천된 상태였다. 그는 당시 주변에 쓸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 수감된 뒤 수많은 지인들이 뒤늦게 밝혀진 진상을 알아차리고 축하 전화를 걸었을 때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천 작가는 “(당시) 검찰 지도부는 윤석열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정치검사’의 동의어처럼 취급했다”고 썼다.

윤 전 총장의 수사 스타일도 소개됐다. 천 작가는 “홍준표(무소속 의원)가 윤석열을 두고 망나니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그는 예리하면서도 직격을 선호하는 칼잡이에 가깝다”며 “타격점이 정해지면 앞뒤 눈치 안 보고 과감하게 돌진하는 게 윤석열식 수사”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권력층이 개입해 사건을 무마시키려 하거나, 사실 관계가 왜곡된 발언을 하며 본질을 흐리면, 윤석열은 수사의 충격을 더욱 키우는 방식으로 응수해왔다”라고 분석했다.

또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천 작가에게 “그는 강력하게 상대를 밀어붙이는 검사가 아니다”라며 “현장에 대해 충분히 데이터를 모은 뒤에 피의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 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도 충분히 듣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석동현 전 검사장은 천 작가에게 윤 전 총장을 ‘설복형 검사’라고 정의했다. 석 검사장은 “특수수사를 하다 보면, 고통을 못 이긴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하지만 윤석열이 직접 담당한 사건에서는 누가 억울하게 죽음을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없다”며 “그는 설욕형 검사가 아니라 설복형 검사”라고 말했다.

천 작가는 국정 농단 사건 등으로 윤 전 총장에게 수사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윤 전 총장에게 소회를 전했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천 작가는 윤 전 총장의 수사 스타일을 거론하며 “형기를 마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측근을 통해 윤석열에게 소회를 전달할 정도였다”고 썼다.

윤석열 결혼 비화 “외가 어른 소개로 김건희 만나”


2019년 6월25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가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전 총장이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만난 계기는 외가 어른이 주선한 선자리라는 주장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2011년께 자신의 기나긴 싱글 생활을 안타깝게 여긴 외가 어른이 만든 선자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천 작가는 “나이 차가 많은 탓에 ‘알던 아저씨’ 또는 ‘지인’이라는 설명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두 사람은 성격이나 취향이 잘 맞어서 금방 진지한 연인관계가 되었다”며 “약 1년 만에 결혼까지 이어졌다”고 썼다. 윤 총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이던 2012년에 김 대표와 결혼했다.

이는 앞서 김 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김 대표는 당시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밝혔다.

천 작가는 윤 전 총장이 결혼 당시 수중에 1억원도 없었다고 썼다. 미식을 좋아하는 습관, 주변에 아낌없이 베푸는 습관이 원인이었다는 게 천 작가의 설명이다. 이는 김 대표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김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결혼할 때 남편은 통장에 2,000만원밖에 없을 정도로 가진 것이 없었고, 결혼 후 재산이 늘기는 커녕 오히려 까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쯤 금융 관련 기관으로 파견을 나가서 가정을 돌볼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국정원 수사의 후폭풍으로 이러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천 작가는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김건희는 이때 심각한 후유증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고 썼다.

작가 “상징적 개혁 리더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해야” 제언


천 작가는 책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와 관련한 제언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둥지가 될 수 있는 반문 보수 진영의 문을 두드리면서, 개성 있는 홍보 전략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들이 쉽게 방향과 효용을 인식할 수 있는 개혁 슬로건 필요 ▲두세 달의 시간 동안 정밀한 민심 조사 ▲상징적인 개혁 리더라 할 만한 인물을 러닝메이트나 강력한 서포터로 영입 등을 거론했다.

천 작가는 ‘에필로그’에 “윤석열이 1994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21년 총장으로 그만두기까지의 날 수를 계산해보았다. 9,865일이었다”며 “그 시간 동안 며칠이나 '공정과 상식'을 고민했을까 계량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나름대로 가치를 지키고 사느라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것임에는 분명해보였다”는 총평을 남겼다.

17일 천준 작가가 출간하는 ‘별의 순간은 오는가-윤석열의 어제, 오늘, 내일’(서울문화사 刊) 표지. /사진제공=서울문화사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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