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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군 성폭력 매뉴얼…성고충심의위는 개최된 적도 없다

여가부, '성추행 사망 사건' 공군 현장점검 결과 발표

성희롱·성폭력 관련 매뉴얼은 있지만 작동 안 해

성고충심의위 개최 0번·징계위는 외부위원 의결권 無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 모 중사의 주검 앞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성추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공군 본부 등을 점검한 결과, 공군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사건 처리가 제도 설계와 실행 모든 부분에서 빈틈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은 존재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전문 상담관의 권한이 약해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었다.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운영된 적조차 없으며 징계위원회는 내부 위원의 의결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지난 16일과 18일 공군본부와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을 방문해 성희롱·성폭력 관련 조치 등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제20전투비행단은 고(故) 이 모 중사가 지난 3월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했을 당시 근무했던 곳이고, 제15특수임무비행단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가 전출된 곳이다. 이 중사는 출근 나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여가부는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 처리 및 피해자 지원에 대한 규정과 매뉴얼은 갖추어져 있지만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일부 내용은 명확하지 않고 매뉴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매뉴얼에는 빈틈도 많았다. 사건 발생 시 공군 양성평등센터와 국방부에 즉시보고하는 것이 의무로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피해자 보호 및 사건 처리에 관한 사후 조치보고 규정은 미비했기 때문이다.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 모 준위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업무 권한이 약해 피해자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고 봤다. 여가부는 "매뉴얼상 동성 변호인과 수사관 배치, 가해자 및 피해자 분리 같은 피해자 보호 규정이 원칙으로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하다"며 "조치가 어려운 경우 피해자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군 내부에서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부족하고, 지휘관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체크리스트가 없어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성희롱·성추행 등 성고충 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성고충심의위원회' 운영에 대한 규정은 있었으나 실제로 운영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부는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운영되지 않아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 2차 피해 방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할 기회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징계위원회 또한 군 내부 인사의 결정에 의존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징계위원회는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되지만 외부위원은 의결권이 없고 내부위원 의견으로만 징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이번 현장점검 결과를 국방부에 공유해 국방부의 민·관·군 합동위원회 및 성폭력 예방제도 개선 전담 TF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때 주요 결과를 반영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또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군검찰은 이 중사를 성추행한 장 모 중사와 2차 가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노 모 준위, 노 모 상사 등 세 명을 구속했다. 또 장 중사에 대해서는 21일 군인등강제추행치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등)으로 보통군사법원에 구속기소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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