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림픽 육상 대표선수가 자신의 동메달 시상식 도중 국가가 연주된 데 항의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여성 해머던지기 선수 그웬 베리(32)는 지난 26일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기록해 다음달 도쿄행 출전권을 따냈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베리가 동메달을 받는 순간 경기장에 미국 국가가 틀어지며 문제가 발생했다.
베리는 시상대 위에서 성조기가 아닌 관중석을 향해 돌아서서 왼쪽 손을 허리에 얹은 채 땅을 봤다.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그는 국가가 끝날 때쯤 검은색 티셔츠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티셔츠에는 ‘사회운동 하는 운동선수(Activist Athlete)’라고 적혀 있었다. 함께 시상대에 오른 1, 2위 선수가 오른손을 가슴에 올린 채 국기를 향해 경례하고 국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과 대조됐다.
이후 베리는 당초 주최 측에서 시상식 전이나 후에 국가를 틀겠다고 공지했는데 하필 자신이 메달을 받을 때 틀어서 무례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를 일부러 그때 틀어 함정에 빠트리려는 것 같았다”면서 “솔직히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흑인인 그는 “지금은 국가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국가가 나를 대변해준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나는 구조적인 인종차별로 숨진 이들을 대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육상연맹(USATF)은 베리가 메달을 수상할 때를 노려 국가를 튼 게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다. 연맹은 “국가는 사전에 공지한 일정에 맞춰 매일 1차례 연주된다”면서 “해머던지기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를 때까지 기다리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실제 올림픽에서 매 경기 후 1위 선수가 속한 나라의 국가가 연주되지만 대표 선발전에서는 하루 중 지정된 시간에만 틀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오후 5시 20분께 연주될 예정이었던 국가가 당일엔 5시 25분께 연주됐다.
베리의 항의성 퍼포먼스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기와 국가에 대한 예우가 지나치게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베리는 지난 2019년에도 팬아메리칸(팬암·범미주대륙) 대회 우승 후 시상식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한쪽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로 인해 그는 주최 측의 제재를 받았지만, 이후 미국 올림픽위원회는 이를 철회하고 국가 연주 중 항의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