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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IB씨] 썩는 플라스틱에 승부수 던진 기업들…ESG 내세우던 사모펀드, 투자는 언제?

석유화학·식품회사 등 관련 기술 투자 늘리지만

양산 이르지 못한 단계로 PEF 투자는 폐기물에 몰려





2년 전 A 사모펀드 대표는 기자에게 “썩는 플라스틱에 투자하려고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굴뚝 산업에 투자해온 A 펀드였기에 신선하게 들렸어요. 이 펀드는 구체적으로 미국의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잘 썩는 빨대를 싸게 생산한다면 투자 가치가 높지 않겠느냐. 다만 미국에서도 초기 단계의 산업이라 망설여진다’고 토로했습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전세계 유행이죠. 언제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싫어하는 사모투자 업계지만, 유독 ESG에 대해서는 홍보를 하고 싶어합니다. 전세계에 환경 정책이 강화되고, 공공성을 띈 연기금이 ESG를 투자 원칙으로 삼기 때문인데요. 이들을 고객으로 모시는 사모펀드는 서로 자신들이 앞선 ESG투자를 하고 있다며 자랑합니다.

미국의 친환경 플라스틱 전문기업 다니머 사이언스가 만든 썩는 빨대 입니다. 종이 빨대와 달리 일반 빨대와 비슷한 색감과 물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모펀드의 ESG투자 탑픽은 누가 보더라도 폐기물 산업 아닐까요. 쓰레기를 모아 분류·소각·매립하는 산업이죠.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고, 탄탄한 현금을 보장 받기 때문에 수년 전부터 매물로 나왔다 하면 싹쓸이 되는 산업입니다. 물론 ESG에 해당하긴 합니다만…뭔가 아쉽습니다.

눈을 기업으로 돌려볼까요. 좀 더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네요. 이들은 플라스틱 폐기에서 나아가 썩는 플라스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구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돈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쪽은 석유화학 기업들입니다. 플라스틱 생산과 판매로 먹고 산 기업들이죠.

SK그룹은 계열사끼리 내부 경쟁이라도 벌이듯이 친환경 플라스틱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SK종합화학은 오염된 페트(PET)병을 저온에서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기술을 지닌 캐나다의 루프인더스트리에 63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했습니다. 기술만 얻은 게 아니라 이 기술을 활용해 아시아에서 재활용 페트 생산과 판매 독점권도 챙겼습니다. 국내에서는 재생 플라스틱 합작사를 세운다고 하네요. 페트는 다양한 플라스틱 중 가장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입니다.

SK일본투자법인은 첫 투자로 일본의 TBM을 선택했습니다. 이 회사는 스스로 기적의 돌이라고 하는 라이멕스를 생산하는데요.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해 석회석 같은 무기물이 50% 이상 포함된 소재입니다. SK투자법인은 지분 10%를 인수하는데 1,400억 원을 들였고, SKC는 이와 별개로 TMB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을 하기 위한 합작사를 세운다고 합니다. 참고로 SKC는 전세계 최초로 옥수수 전분을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인 PLA 필름을 상용화한 기업입니다. 스타벅스에 가면 바나나를 포장한 바스락거리는 비닐 보셨나요. 그게 바로 SKC가 만든 소재입니다.

SK가 투자한 친환경 플라스틱 기업 TBM 직원들이 자신들이 만드는 소재 라이멕스에 대해 설명 하네요. 영어긴 한데 또박또박 일본식 발음이라 알아듣기 쉽답니다.

썩는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과 같은 성질에 가격도 싸야 한다는 점에서 과제가 많습니다.



LG화학은 흔히 ABS라고 하는 고부가합성수지 생산 전세계 1위 기업인데요. 최근에 재생플라스틱인 PCR ABS를 흰색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PCR ABS는 ABS를 태우거나 화학적으로 변화 시키는 게 아니라 여러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알갱이로 자른 다음 ABS만 골라내야 합니다. 그 동안 검은색과 회색만 가능했는데 안료와 냉장고 내부 소재를 활용해 흰색을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하네요. 앞으로는 다양한 색감의 재생 ABS를 쓸 수 있으니 훨씬 수요가 많아지겠죠.

LG화학은 옥수수 전분을 활용해 100% 생분해가 되는 PLA 신소재 개발도 성공했습니다.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성질을 지니면서 투명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동안 반투명에 그쳤기 때문에 식품포장 랩·테이크 아웃용 컵으로는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두 가지 소재 개발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동영상입니다. 정작 동영상 제작은 간단하지 않았겠네요.

된장·고추장을 만드는 기업도 친환경 플라스틱에 숨은 강자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이들은 수십 년 간 발효 기술을 연구해온 덕인데요. 이들은 플라스틱이 썩는데 작용하는 미생물의 대가이기 때문이죠. CJ 제일제당이 그 중 하나 입니다. 이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인 바닷물 속에서 썩는 플라스틱인 PHA를 개발한다고 하네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간다는 우려가 많은데 만약에 바닷물에서도 썩는다면 걱정은 한결 줄어들겠죠.

CJ제일제당이 만든 PHA 제품들. 바닷물에서 6개월이면 썩는다고 합니다.


사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1세대 소재라고 할 수 있는 PLA입니다. 앞서 LG 옥수수 전분을 활용한 LG화학의 사례에서 처럼 PLA는 친환경 플라스틱 중 비교적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가장 수요가 높습니다. 물론 LG화학을 포함해서 국내에서는 이제 막 소재를 만들었을 뿐 생산이 가능한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그나마 PLA는 썩는 과정에서 열과 습기가 필요하고 비용도 듭니다.

반면 PHA는 열과 습기 없이 자연 분해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생물을 원료로 한 소재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거부반응이 낮아 의학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이 관련 기술과 양산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세계에서도 생산하는 기업이 미국의 다니머 정도에 그칠 만큼 초기 단계입니다.

반가운 소식은 LG화학과 CJ제일제당이 합작사 설립을 추진한다는 사실입니다. 양쪽의 장단점을 극복하는 결과가 나오면 좋겠네요.

바이오플라스틱은 흔히 말하는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SK케미칼,GS칼텍스 등 석유화학 기업 사이로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발효식품 회사들이 보이네요. /자료제공=이베스트투자증권


안타깝게도 아직 사모투자 업계에서 썩는 플라스틱에 투자한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SK그룹이 친환경 플라스틱 투자를 추진하며 뉴딜 펀드의 투자를 받으려 했는데요. 정책 지원 목적의 펀드이기 때문에 해외 기업 투자에 돈을 넣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맨 처음 소개 드린 사모펀드 역시 미국의 썩는 플라스틱 회사 투자를 하지 못했습니다. 국내에 확실하게 양산 체계를 갖춘 기업이 드물고 환경 규제 역시 아직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사모투자 업계가 대대적으로 ESG를 내세우는 것에 비해 내실은 아직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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