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각 진영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주자들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야권 1위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오랜 침묵을 깨고 “반드시 정권교체 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권 지지도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1일 “더 유능한 4기 민주당 정권”을 외치며 출마를 선언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및 언론들은 벌써부터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간 양자 대결을 분석하는 등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 선거가 벌써부터 뜨거운 대결구도에 돌입했다.
두 사람이 걸어갈 대선 가도 초입은 상당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들에게 형성된 이미지가 각종 의혹과 부정적 요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대국민 검증대에 오른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자신들 앞에 닥친 난관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음주운전’ 이력도 급상승...‘형수 욕설’엔 정면돌파 택한 이재명
썸트렌드를 이용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검색어 ‘이재명’에 대한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부정적 이미지가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썸트렌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뉴스 기사 등에서 특정 검색어와 관련된 텍스트를 추출해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부정적 이미지를 주로 구성한 것은 ‘음주운전’과 ‘욕설’이었다. 이 지사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졌던 욕설 논란이 아니라 음주운전이 부정적 이미지 요소 1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의 독주 체제가 유지되자 당내 반(反) 이재명계가 결집해 이 지사의 과거 경력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대선 경선, 2018년 경기지사 경선에서 치열한 갈등을 벌인 이 지사와 친문(親文) 세력간 앙금이 아직 말끔하게 풀리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이 지사의 부정적 이미지 관련 감성어에 ‘음주운전’은 등장하지 않고 ‘욕’과 ‘욕설’만 상위 등수에 올랐다.
심지어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의 자격여부를 묻고 싶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스스로 ‘오랜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이 지사가 2004년 7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은 점 등을 들어 “경선 후보 본인의 양심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해당 청원글은 3일 오후 22시 기준 21,042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지사는 욕설 논란만큼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여권 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도 ‘욕쟁이’ 이미지를 고착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경상도 사람 중에 이 지사만큼 욕을 찰지게 하는 분이 없다. 그에 비하면 홍준표 의원은 수준 미달”이라 발언한 바 있다.
이 지사는 1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서약식’ 및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사생활 관련 도덕성 문제가 우려된다’는 질문에 “제 부족족한 점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며 허리를 90도 숙이고 5초간 사과했다. 이어 “제가 가족에게 폭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형이) 어머니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에 참기 어려웠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어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과거 형수에게 욕설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깔끔하게 사과하며 도덕성 문제를 해소하려는 전략이다. 이 지사는 “한 10년 지났고 저도 그사이에 많이 성숙했다”며 “갈등의 최초 원인은 가족들의 시정 개입, 이권 개입을 막다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국민께서 그런 점을 감안해달라”고 호소했다.
‘X파일’에 ‘장모 구속’까지 덮친 윤석열 “법 적용에 누구나 예외 없다”
윤 전 총장의 경우 부정적 이미지는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부정 이미지 비율 자체는 6월 4주차 분석(부정적 78%)과 비교해 18%포인트 하락했다. 출마 선언 당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나온 덕분이다. 하지만 ‘의혹’, ‘금품’ 등 부정적 감성어가 여전히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관련 비위 의혹들의 사실 여부와 그 수위에 따라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온 윤 전 총장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품’은 앞서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을 맡았다가 열흘 만에 사퇴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관련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3일 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남부지검 소속 A 부장검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대변인 역시 고가의 골프채와 고급 외제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이 전 대변인의 비위 의혹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본인의 신상 문제라서 (몰랐고)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두겠다고 해서 서로간에 양해했다”고 잘라 말했다.
감성어 ‘의혹’은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과 관계 깊다. X파일은 지난달 19일 장성철 정치평론가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 전 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이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 방어는 어렵겠다”고 주장하며 화제가 됐다. 윤 전 총장은 “괴문서로 정치 공작을 하지 말고 내용과 근거·출처를 공개하길 바란다”고 강경 대응했지만 장모 최모씨의 1심 유죄판결이 겹치며 관련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성균 부장판사)는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법정 구속됐다. 무죄를 주장해온 최씨 측 손경식 변호사는 “검찰은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적이었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여권은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그동안 검찰총장 사위란 존재 때문에 동업자만 구속되고 최씨는 빠져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총장 사위가 사라지자 제대로 기소되고 법적 정의가 밝혀졌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 측은 원칙론을 내세우며 ‘선 긋기’ 모드로 대응했다. 윤 전 총장은 장모의 1심 유죄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대변인을 통해 “그간 누누이 강조해왔듯이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 밝혔다. 이어 3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의 만찬 자리 이후 기자들을 만나서 관련 사안에 “국가와 국민을 받들고자 나선 상황에서 사적인 입장을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제 주위의 누구든 법이 적용되는데 늘 공평하고 엄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을 한 지난달 29일에도 “제 친인척이든 어떤 지위에 있는 분이든 수사와 재판, 법 적용에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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